연습만이 살 길이다
간단한 인터뷰 일을 의뢰 받았다. 공들여 원고를 쓸 필요까지는 없고 영상 인터뷰의 사전 조사 개념인데 내가 쓴 원고도 가공하지 않고 발행된다. 글쓴이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상에 내놓는 글을 써야 하니 대충 쓸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해서 전화 통화만 해도 된다는 걸 굳이 찾아가서 만나자고 부탁하고 기존의 인터뷰나 작품을 찾아본다. (인터뷰이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그에게 궁금한 걸 묻고 글로 쓰’는 작업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는 어지간하면 말을 하지 않고, 타인에 대해 별로 궁금한 게 없다.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보지 못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죽 할까. 그런데도 이 일을 하겠다고 한 까닭은, 물론 당연히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나의 약점과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타인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의 말을 듣지도 않는 사람이라니, 좋은 작가는커녕 좋은 사람도 못 될 것 같다.
긴장되고 떨리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한다. 궁금한 점이 있는 좋아하는 사람으로 ‘실습’을 시작했으면 덜 어려웠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계기가 없으면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평소라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것 같지 않은 상대들이지만 일을 한다는 핑계로 궁금한 점을 찾아내고 묻고 듣는 연습을 할 것이다.
인터뷰이로서 만남에 임할 때, 미리 질문지를 받는 게 편했던 터라 나도 당연히 요청하지 않아도 질문지를 미리 보내드렸는데 한 분은 ‘헉’ 하고 놀라며 편하게 하자고 하시고 한 분은 답이 없다. 내가 너무 갔나? 내 질문이 별로인가?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닌가? 자책하는 마음이 들면서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정한 원칙이나 입장이 잘못되었다면 바꾸는 게 맞지만, 내가 잘못한 건 없지? 내 행동에 반응하는 그 분들도 크게 잘못한 건 없지?
내가 무엇을 위해 질문지를 보내드렸는지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나는 미리 나눌 대화를 준비했고 혹시 상대도 그 내용을 알고 계시면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 보여드린 것이다. 그 다음은 상대의 몫. ‘이게 뭐야. 이것도 질문이라고 보낸 거야?’ ‘뭐 대단한 일이라고 미리 질문지까지 보내고 그러는 거지’ ‘성실한 인터뷰어로군’ 뭐라고 반응하고 생각할지까지 내가 짐작해서 대비할 수 없다. 할 필요도 없고. 나는 내가 정한 대로 나의 일을 하면 된다. 물론 떨린다. 나에게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 역시 그건 나의 사정.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장담하건데 나는 의뢰인이 요청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했으면 했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부족하다면 그들도 판단하겠지. 다음 번엔 일을 안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에게 이 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나는 인터뷰어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아내고,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거다. 안 해본 일을 잘하고 싶을 때는, 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