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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29. 2021

밖으로 한 발짝씩 내딛는 느낌

연습만이 살 길이다

간단한 인터뷰 일을 의뢰 받았다. 공들여 원고를  필요까지는 없고 영상 인터뷰의 사전 조사 개념인데 내가  원고도 가공하지 않고 발행된다. 글쓴이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상에 내놓는 글을 써야 하니 대충  수는 없었다.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해서 전화 통화만 해도 된다는  굳이 찾아가서 만나자고 부탁하고 기존의 인터뷰나 작품을 찾아본다. (인터뷰이로서 당연한  아닌가)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그에게 궁금한 걸 묻고 글로 쓰’는 작업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는 어지간하면 말을 하지 않고, 타인에 대해 별로 궁금한 게 없다.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보지 못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죽 할까. 그런데도 이 일을 하겠다고 한 까닭은, 물론 당연히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나의 약점과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타인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의 말을 듣지도 않는 사람이라니, 좋은 작가는커녕 좋은 사람도 못 될 것 같다.      


긴장되고 떨리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한다. 궁금한 점이 있는 좋아하는 사람으로 ‘실습’을 시작했으면 덜 어려웠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계기가 없으면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평소라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것 같지 않은 상대들이지만 일을 한다는 핑계로 궁금한 점을 찾아내고 묻고 듣는 연습을 할 것이다.      


인터뷰이로서 만남에 임할 때, 미리 질문지를 받는 게 편했던 터라 나도 당연히 요청하지 않아도 질문지를 미리 보내드렸는데 한 분은 ‘헉’ 하고 놀라며 편하게 하자고 하시고 한 분은 답이 없다. 내가 너무 갔나? 내 질문이 별로인가?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닌가? 자책하는 마음이 들면서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정한 원칙이나 입장이 잘못되었다면 바꾸는 게 맞지만, 내가 잘못한 건 없지? 내 행동에 반응하는 그 분들도 크게 잘못한 건 없지?      


내가 무엇을 위해 질문지를 보내드렸는지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나는 미리 나눌 대화를 준비했고 혹시 상대도 그 내용을 알고 계시면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 보여드린 것이다. 그 다음은 상대의 몫. ‘이게 뭐야. 이것도 질문이라고 보낸 거야?’ ‘뭐 대단한 일이라고 미리 질문지까지 보내고 그러는 거지’ ‘성실한 인터뷰어로군’ 뭐라고 반응하고 생각할지까지 내가 짐작해서 대비할 수 없다. 할 필요도 없고. 나는 내가 정한 대로 나의 일을 하면 된다. 물론 떨린다. 나에게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 역시 그건 나의 사정.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장담하건데 나는 의뢰인이 요청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했으면 했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부족하다면 그들도 판단하겠지. 다음 번엔 일을 안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에게 이 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나는 인터뷰어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아내고,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거다. 안 해본 일을 잘하고 싶을 때는, 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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