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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06. 2021

and you?가 없는 사람

인터뷰의 어려움

인터뷰가 어렵고 두렵다. 인터뷰이가 되는 건 채용이나 심사 때도 떨리기는 할지언정 어렵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는데 인터뷰어로서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기가 어렵다. 성질이 너무 급해서 내 속도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대다수, 나는 말이 빠르다)에게 답답함을 느낀다거나, 타인이 궁금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어찌나 다짐도 잘하고 성급히 결론도 잘 내리는지, 원)  


- 밥 먹었어?

- 응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만 다시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런 질문은 너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 얘기를 하면서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인사 같은 거라고 친구가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그런가보다 했다.  ‘나 짜장면 먹었는데 너는 뭐 먹었어?’ 나는 이렇게 물었고, 내 얘기가 하고 싶을 때 ‘나 짜장면 먹었어’라고만 했다. 궁금한 건 묻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지. 비효율적으로 빙빙 돌려 왜 그렇게 말을 하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and you? 가 없는 사람으로 불렸다. 


- 오늘 **이가 못 온다는데?

- 왜? 

- 몰라, 안 물어봤는데.

  

사정이 있으니까 못 오겠지,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고 생각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았던 걸까. 아마 이유를 묻기가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무엇 때문이든 약속을 취소하거나 자기 말을 번복하는 일은 힘들테니까.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그 이유까지 다 설명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확히 내가 그런 대접을 받고 싶었다.


타인의 관심을 참견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별로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 답하면서 나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중요하지도 않은 걸 참 시시콜콜 물어도 본다, 말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테다. 그래서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말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궁금한 점이 생겨도 혹시 무례하지 않을까 싶어 질문에 들어가기까지 지나치게 내 얘기를 많이 한다. 말이 많고 내 얘기를 좋아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도 질문에 다다르지 못하면 내내 내 얘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아,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 거 같은데… 실제로 너는 너무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질문을  했는데도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답답했다. 말을 끊지는 않았지만 ‘아~ 그러니까 이러이렇다는 말씀이시군요’하고 요약하고 정리했다. ‘나는 당신처럼 말을 중언부언하지 않아요, 내가 원한 답은 이것이었어요.’ 정리의 왕이 되고 싶었지만 사실 나는 왜곡의 왕이었다. 


난생처음 ‘자유기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역 잡지에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자유기고가라는 타이틀을 단 것도,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자유기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교육과정을 알아보던 내가 그런 타이틀을 달게 되다니 감계가 무량했지만 그때도 인터뷰를 토대로 기사 쓰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녹음을 다시 듣지도 않고 기억과 메모와 내가 느낀 것들로 기사를 썼다. (그래서 그 뒤로 일이 안 들어온 걸까)


몇 해 뒤 인터뷰집을 기획하면서 샘플로 친구를 인터뷰 하고 원고를 썼는데,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궁금한 내용을 더 물어봐도 되는지 실례인지 감이 잘 안와서 머뭇거리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정성껏 한 부 뽑아 편집해서 인터뷰이에게 전해드리고는 기획자에게는 나는 인터뷰는 적성에 안 맞아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팟캐스트를 진행할 때 초대 손님과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떠냐, 너의 그런 대답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너의 말이 이런 말이지? 라며 질문을 가장해서 틈만 나면 내 이야기를 실컷 늘어놓았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버린거지? 타인에 대한 궁금증이 결국 나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게 문제될 일은 아니겠지만 나는 좀 너무한 것 같았다. 


인터뷰가 하고 싶어져서, 정말로 궁금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어서, 이번에는 나를 내세우지 말고 천천히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계획을 세워야겠다며 다짐하다가 인터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때마침 인터뷰 일도 들어왔다. 인터뷰집도 많이 읽었으니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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