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깨서였는지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다가 막 잠들려던 참이었는지 헷갈리지만 여튼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때였다. 눈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일어나기 귀찮아서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면서 편안해지기를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가락에 침을 가득 발라 눈에 댔다. 렌즈가 빠지면 급하게 입에 물고 있으면 된다는 말이 생각났기때문이다. 침이 식염수를 대신한다. 눈에 식염수를 넣고 싶다. 누워서 일어나기 싫으니까 침을 눈에 넣어보자. 어쩌다보니 그렇게 생각이 흘렀다. 눈썹 같은 게 빠지기엔 충분양 양의 침이라고 생각했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식염수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눈을 부릅뜨고, 눈 밑 꺼풀을 뒤집어 자세히 살폈다. 여드름 같은 게 있었다. 아침에 입술 아래 뭔가 만져져서 툭 하고 짜낸 기억이 났다. 잠들기 전에 샤워할 땐 이마에서도 하나 발견해서 짜냈었지. 배란기라 피부 트러블이 있다고 어플에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이 야밤에 눈꺼풀 안쪽에서 또 여드름을 발견한 것이다.
원일을 알게 되니 차라리 마음이 놓였다. 바늘을 소독해서 툭 찌르면 왠지 내가 짜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여긴 너무 위험한 구역이야. 혹시라도 눈을 찌를수도 있고, 내가 멋대로 만졌다가 감염되면 더 큰일이 생길거야. 눈이 잖니.
걱정스런 마음에 '눈' 과 '여드름'을 조합해서 검색해보니 자동 검색어로 눈 좁쌀 여드름, 비립종, 눈 점막 여드름, 눈 안쪽, 눈 점막 등등 흔한 증상인지 관련 기사가 많았다. 절대 만지지 말고 안과나 피부과에 가서 짜내라고 했다. 당장 아침이 밝으면 안과에 가려고 근처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
이거 분명 배란기랑 상관있는 거 같은데, 그런 말을 하면서 같이 상의할 의사는 서울 은평구 살림의원 밖에 없을 거 같아. 내일 아침에 이거 때문에 서울에 갈 수도 없고 속상하다. 잠이 다 깨버려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는데 물 많이 마시고, 잠 많이 자고 잘 쉬면 알아서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배란기에는 프로테스테론 분비가 많아지니 여드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런 경향이 있는 사람은 더 깨끗이 씻어서 얼굴에 잔여물을 남기지 말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피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며칠 세수를 좀 건성으로 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려나, 때마침 채소가 떨어져서 평소보다 채소를 많이 못 먹었는데 그것도 영향이 있는 건가...
한 시간 정도 자다가 고양이가 깨워서 일어났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아서 고양이랑 삼십분 놀았다. 피부 트러블처럼 수면 장애도 배란기 증상인거 같다.
다행히 다시 잠들었고 아침에는 샤브샤브로 각종 버섯과 채소를 챙겨 먹었다. 어제 밤보다 눈의 이물감은 덜 느껴진다. 수시로 눈꺼풀을 뒤집어 까며 확인하고 있는데 작아진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