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옥 삼례에서 콩나물국밥 먹는 법을 미가옥과 사랑에 빠진 미가옥 ‘처돌이’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본적인 순서는 보통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랑 같습니다. 1)매장에 입장한다. 2)안내를 받아 착석한다. 3)주문한다. 4)음식이 나오면 맛있게 먹는다. 5)값을 치르고 퇴장한다. 저는 미가옥 처돌이이므로 모든 과정에 반함 포인트가 있는데 조목조목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입장
미가옥이 영업중이라면 매장에 들어서기 10미터 전부터 고소한 멸치육수 냄새가 흘러나와 저의 입맛을 돋굽니다. 고마운 친구들, 오늘도 내 맛있는 국밥을 위해 열심히 우러나와주었구나. '종종비건'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오늘만은 페스코라고 생각하며 문으로 들어섭니다. 매장 앞에는 4인석 정도 길이의 벤치가 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할 때,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때 이용하면 됩니다. 대기자가 늘 많은 식당은 아니지만 좌석이 많지 않은 까닭에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1시 반경, 아침 식사 손님이 많은 8~9시에는 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자리가 없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거나, 바 테이블 좁아보이는 한 자리 좌석에 앉아도 될까 헷갈리면 사장님과 눈을 맞춥니다. “몇명이세요? 지금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셔야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문밖으로 나오거나 문안 컵건조기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됩니다. 대기표를 나눠줄 정도는 아니니 대기 순번은 사장님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2) 착석
빈 자리가 많을 때는 아무 데나 앉으면 되고, 대기했다가 입장할 땐 사장님이 앉으라는 데 앉으면 됩니다. 미가옥의 좌석은 조리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바 테이블과 뒤쪽 별도 테이블 한 개가 전부입니다. 바 테이블에는 의자가 8개 정도 있는데 정확하진 않습니다. 이번에 가서 세보겠습니다. 뒤쪽 테이블은 4인석입니다. 4인석 자리가 났고 순서가 된 손님이 혼자일 때 미가옥은 지체 없이 그 손님을 4인석으로 안내합니다. 바로 뒷 손님이 4인이어도 말이지요. 당연한 것인데도 그렇지 않은 식당에 간 적이 있어서 이런 사장님의 태도가 저는 너무 좋습니다. 혼자 온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콩나물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바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손님이 알아서 옮겨가는 경우를 봤습니다만, 언제 4인 테이블에 자리가 날 지 모르니 바로 뒷 손님인 단체가 앉고 싶어한다고 해서 그런 불공평한 편의를 봐주지는 않습니다. 순번에 따라 난 자리가 2인석 뿐이면 4인 손님에게 2명씩 따로 앉을 거냐 물어봅니다. 테이블 자리는 회전이 빠르지 않으니 보통은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먹겠다고 하죠.
3) 주문
자리에 앉으면 사장님이 맵기의 정도를 물어봅니다. 손님이 많을 땐 바로 응대하진 않습니다. 사장님이 손님이 온 순서대로 콩나물국밥을 마느라 바쁘시거든요. 그때 사장님, 하고 불러도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앉자마자 바로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라고 묻습니다. 미가옥 삼례에는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세 가지의 국밥이 있습니다. 그날그날 청양고추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아마 매운 양념과 청양고추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매운맛이 얼마나 맵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사장님은 오늘 청양고추가 어느 정도 매운지 알 수 없어서 정확히 답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제가 듣기엔 하나마나한 소리 같기는 합니다. 오늘은 무척 매운 고추가 들어왔으니 보통맛을 시키셔도 매울 겁니다, 고추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맵습니다 라는 답을 해야할 것 같은데 저는 미가옥 처돌이니까 저런 대답도 다 사장님의 영업 노하우에서 나온 거라고 믿어버리기로 합니다.
저는 주로 보통맛을 먹습니다. 보통맛을 먹고 너무 매운데, 라고 생각한 다음날 순한 맛을 시켰는데 밍밍하더라고요. 아마 그날 청양고추가 좀 덜 매웠나봐요. 그래서 저는 늘 보통맛을 시키고 매우면 청양고추를 몇 개 덜어냅니다. 나름 단골의 취식 노하우입니다. 단골로 승급하면 사장님이 주문을 따로 받지 않습니다. 보통맛으로 드릴까요, 라고 묻고 바로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합니다. 사장님은 입장할 때 혼자냐고 묻고 주문할 때 보통맛이냐고 묻고 그 이후로는 말을 걸지 않습니다. 친구들이랑 가는 날이랑 혼자 가는 날이 섞여 있어서 입장할 때 혼자인지 확인하기는 합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식당에서 한 마디도 안 하는 날이 많습니다.
아, 오징어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는 한 마리 4천원, 반마리 2천원입니다. 콩나물국밥 가격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한 그릇에 6천원이고 술은 팔지 않습니다. 오징어는 숙회로 육수에 데쳐서 한 입 크기로 썰어 주는 옵션과 국밥에 넣는 용으로 잘게 썰어주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반 섞을 수도 있고요. 오징어 반 마리 주세요, 라고 손님이 주문하면 넣어드실거냐, 초장에 찍어드실거냐 물어봅니다. 초장에는 청양고추가 조금 올라갑니다. 어떻게 시키는 오징어는 콩나물국밥과 별도로 뚝배기에 담겨 나옵니다.
3.5) 관찰
손님이 하는 일이 아니라서 번호를 붙이진 않았지만 저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가장 먼저 3개의 홈이 있는 반찬 그릇에 고춧가루 양념의 빨간 무말랭이무침, 깍두기, 간장으로 절인 갈색 무장아찌를 담아서 내줍니다. 보통은 깍두기가 가운데 자리합니다. 이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조미김과 맨밥 반 공기, 젓갈이 나옵니다. 오징어젓과 새우젓을 2:1쯤 넣은 젓갈 접시에는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약간이 올라가 있습니다. 참기름을 한 번 두르는지 안 두르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미가옥 처돌이가 이런 걸 모르다니 부끄럽습니다. 이번에 가게 되면 이것도 꼭 확인해야겠습니다. 수저통이 각 자리마다 있는 게 아니라서 저쪽에 있는 수저통을 직원님이나 사장님이 내 자리로 옮겨주기도 합니다. 밥에 젓갈을 올리고 김에 싸서 먹다보면 콩나물국밥이 나와버리기 때문에 콩나물국밥이 토렴을 거치는 과정을 구경하고 싶다면 먹는 데만 너무 집중하면 안 됩니다.
직원님이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사장님은 콩나물국밥을 준비합니다. 가장 먼저 냉장고에서 수란용 스텐그릇을 꺼내 가마솥에 담궈 달걀을 익힙니다. 미리 달걀을 깨뜨려 놓은 것이겠지요. 아, 주문할 때 반숙 달걀이 싫은 사람은 완숙으로 익혀달라고 별도 주문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보통 마늘을 해머로 다지고 대파를 써는 것 같습니다. 순서는 조금씩 바뀌기도 합니다. 주문이 밀렸을 때는 직전에 대파와 마늘을 준비해두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절대 절대 나의 미가옥은 재료를 미리 썰어놓지 않습니다. 최상의 신선도를 위해 바로 썰어줍니다. 밥도 마찬가지에요. 중간중간 계속 가정용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시더라고요. 오래된 밥이 아니라서 맛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콩나물국밥은 뚝배기에 나오는데요, 뚝배기는 왼쪽 커다란 보온밥솥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뚝배기를 꺼내 미리 꺼내 놓은 찬밥을 바닥에 깔고 국물을 한 국자 떠서 밥을 만 뒤, 데쳐서 손질해놓은 콩나물을 그 위로 올립니다. 그리고는 가마솥에 끓고 있던 육수로 한 번 토렴합니다. 국자로 두어번 뚝배기에 국물을 붓고 난 뒤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국자로 막고 국물만 따라내는 거죠. 찬밥일 때는 토렴을 몇 번 반복할 것 같지만 미가옥에서는 몇 그릇 분량의 밥을 미리 떠서 찬밥화 시켜놓은 터라 토렴은 한 번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리대 가장 뒤쪽에 나란히 놓인 빨간 플라스틱 두 개에서 각각 양념을 떠서 올립니다. 다진 마늘, 파와 고추를 썰어서 올립니다. 여기서 또 한 번 반함 포인트가 있는데 사장님은 식사가 나가는 순서에 따라 마지막으로 국물을 넣는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먹기 직전에 부어줄 요량으로 매장 상황을 살피고 주문 들어온 오징어가 있으면 오징어도 솥에 넣습니다.
내가 사장님이다 생각하고 오징어 조리로 이동해볼까요. 오징어는 냉동실에서 꺼내 물에 한 번 헹군 뒤 주 가마솥 옆에서 육수를 준비하고 있는 보조 가마솥에 데칩니다. 데쳐진 오징어를 개수대 위 엄청 큰 도마위에 올려놓고 썰어서 내주시지요. 콩나물국밥과 동시에 나오거나 나중에 나옵니다. 저희 오징어도 시켰는데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장님은 절대 까먹는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수란도 마찬가지고요. 국밥과 동시에 나오거나 조금 늦게 나옵니다. 수란은 안주시나요, 라고 묻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세요. 네, 이제 콩나물국밥에 국물을 부을 타이밍입니다. 보조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예비 육수를 주 가마솥으로 옮길 때는 불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국물 맛을 보면서 간을 맞추고 육수가 끓기를 기다렸다 콩나물국밥을 말더라고요. 어쨌든 국물의 상태이든 손님의 상태이든 딱 맞춰 뚝배기에 국물을 붓고 손님앞으로 나갑니다. 가마솥에서 수란도 꺼내 참기름을 한번 둘러 같이 냅니다. 수란 그릇은 매우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안내도 매번 합니다.
4)취식
드디어 콩나물국밥이 나왔습니다. 흘깃흘깃 지켜보며 맨밥에 젓갈 올려서 김에 잘 싸드시고 계셨죠? 멍하니 가만있으면 사장님이 콩나물국밥 나오기 전에 젓갈 비벼서 김에 싸먹으라고 안내해주실 겁니다. 밥을 다 먹을 타이밍에 콩나물국밥이 나오는 편이지만 어쩌다보면 밥이 많이 남았는데 콩나물국밥이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럴 땐 취향에 맞게 콩나물국밥 한 번, 맨 밥 한 번 번갈아 드시거나 맨밥을 콩나물국밥에 넣어서 밥양을 늘려 드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럴 땐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사장님이 밥과 국물, 양념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셨을 테니 요리한 사람이 의도한 맛과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밥이 많아져서 밍밍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음식이건 전문가가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습니다.
수란을 먹을 땐 그릇에 김을 두장 찢어서 넣은 뒤에 콩나물국밥의 국물을 두세 숫갈 넣어서 달걀을 마저 익힙니다. 그리고 숫가락으로 휘휘 저어 섞어서 간이 딱 맞는 수란을 후루룩 마십니다. 반숙 달걀의 비린내가 싫으신 분은 콩나물국밥에 넣어도 됩니다. 그렇지만 앞에 말했듯이 시키는대로… 아닙니다. 본인의 취향은 본인이 가장 잘 아시겠죠. 이제 본격적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을 차례입니다. 처음에는 김을 콩나물국밥 위에 올려 살짝 적셔서 젓가락으로 콩나물과 함께 집어 싸먹듯 먹습니다. 건더기가 많아서 충분히 많이 집히고 맛있거든요. 좀 먹고 나선 숟가락을 이용합니다. 김을 올리고 숟가락으로 밥과 콩나물을 떠 먹습니다. 김을 잘게 부시거나 작게 잘라도 좋지만 국물에 젖으면 금방 쪼그라들어서 저는 그냥 넣어 먹습니다. 김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면 됩니다. 반찬과 밥을 조화롭게, 국물과 밥을 적절히 섞어서, 자신만의 방법과 순서로 콩나물국밥을 즐기시면 됩니다. 저는 오징어를 섞어서 먹는 걸 좋아하진 않습니다. 오징어맛에 국물맛이 덮이는 게 싫거든요. 그리고 오징어가 콩나물국밥 안에서 계속 익어가니까 조금 질겨지는 것도 같습니다. 차라리 오징어가 먹고 싶을 땐 숙회로 초장에 찍어 먹어요. 너무 맛있습니다. 정말로. 하지만 혼자 갈 땐 콩나물국밥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불러서 오징어는 친구랑 갈 때만 특별히 먹는 편입니다.
5)계산
식사가 끝났습니다. 계산은 카드, 현금, 계좌 이체 모두 가능합니다. 뚝배기옆에 현금 6천원을 올려놓고 잘 먹었습니다, 하고 쿨하게 일어서고 싶지만 저는 카드 소득 공제도 중요하니까요. 계산은 사장님만 합니다. 한창 주문을 받고 있거나 위생 장갑을 끼고 조리중이면 잠깐 기다려줍시다. 어짜피 서둘러서 계산할게요, 해도 사장님은 한 명이라 잠시만요 하고 하던 일 마저 하고 옵니다. 미가옥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밥 먹다가도 옆 사람이 계산하면 사장님이 장갑 벗은 김에 계산하시면 좋을 것 같아 허둥지둥 카드를 내밀기도 했었지만, 그건 너무 과한 것 같더군요. 그냥 느긋하게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계산은 바테이블 맨 왼쪽에서 합니다. 제가 좋아하기도 하는 바 테이블의 왼쪽 끝자리에서 누군가 식사중이라면 조금 민망한 상황이지요. 그렇지만 거기 앉은 분도 저처럼 미가옥을 사랑하는 사람일 겁니다. 자연스럽게 살짝 몸을 틀거나 계산하는 제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건네면 됩니다. 모두가 행복하죠. 사장님이 영수증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시네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실은 저는 단골로 등극했기 때문에 물어보시지 않습니다. 전 늘 됐다고 하니까요. 아, 순식간에 한 그릇의 미가옥 콩나물국밥이 만들어지고 사라져버렸네요. 그립고 아쉽고 먹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 테이블의 맨 왼쪽 끝자리에 앉아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싶습니다. 함께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