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

by badac

미가옥 엑셀시트에 따르면 2021년 11월 27일 처음 ㅇ와 미가옥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2022년 8월 2일 기준)까지 미가옥 삼례점에서 콩나물국밥을 마흔 한 그릇 먹었다. 문앞까지 갔다가 문이 닫혀 있어서 돌아온 3번은 뺐다. 가장 많이 간 5월에는 주 3회씩 10번이나 갔다. 다른 지점의 미가옥에 6번, 전주와 군산 등 비非미가옥 콩나물국밥집에 7번 갔다.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놀러올 때 꼭 한 끼는 미가옥에 갔고, 동네 친구들에게도 호시탐탐 미가옥에 가자고 할 타이밍을 노렸다. 하도 미가옥 미가옥 노래를 불러대니 몇몇은 먼저 미가옥에 가보자고도 했다.


친구와 함께 미가옥에 가는 날은 설렘과 흥분이 배가 된다. 오징어를 먹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자 가도 시킬 수 있지만 국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애호가로서 오징어 따위를 곁들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동행이 있다면, 그가 콩나물국밥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라면 쫄깃쫄깃한 오징어숙회를 시켜야 한다. 오징어를 못먹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갓 데친 오징어를 좋아하지 않을리가. 국밥에 넣어도 좋다. 오징어를 국밥에 올리면 빛나는 흰색과 보라색의 조화가 콩나물국밥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보기에 더욱 먹음직스러워진다. 처음 미가옥에 누군가를 데려갈 때는 어지간하면 오징어를 추가한다.

내가 찾아낸 이 놀라운 음식을 당신도 맛있게 먹고 함께 감탄해주기를 바란다. 바닥이 맛있다고 한 집은 정말이라니까 이런 인정을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제발 좀 남들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졌으면…) 그래도 가장 크고 강한 진심은 내가 사랑하는 이 음식을, 식당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콩나물국밥이 뭐 특별할 거 있겠냐며 지나쳤거나 뭐하러 그리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하냐며 번거로워할까봐 일단 내 말 듣고 한번만 잡솨봐. 먹어보고 나서 별로면 다신 이야기하지 않을게.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까지 말하며 티내진 않는다. 물론 미가옥을 이야기할 때 목소리 톤과 눈빛이 달라지므로 티가 안 났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나처럼 어리석게 보물을 놓치지 않기를. 나와 함께 이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소리 높여 감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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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옥 앞 주차장에 차를 댈 때부터 나는 긴장한다. 완벽하게 주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국밥을 주문하는 법, 수란 익힘의 정도, 오징어 옵션 등에 대해 설명한다. 식당 안 사장님이나 다른 손님들이 듣는 데서는 민망해서 별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가는 이 귀한 손님에게 최상의 콩나물국밥을 맛보여야 한다, 본인의 취향에 딱 맞는 콩나물국밥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사실 나를 따라 미가옥에 가는 사람들은 나처럼 비장하지 않다. 이렇게 미리미리 호들갑을 떠는 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최근에야 들었다. 그렇지만… 떨리는 걸 어떡해요. 애인을 친한 친구에게 소개시킬 때의 마음이려나.(해본 적 없어서 모르고, 굳이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앞에 콩나물국밥을 받아들고 나서 친구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반응을 기다리지 않지만, (그렇게 보일까봐 온 힘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옆자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쫑긋, 무슨 말을 하나 집중한다. 입맛에 맞으려나, 맛있게 먹고 있나, 정말 이 식당 괜찮죠? 머릿속으로 백번쯤 물어본다. 동시에 나의 콩나물국밥에도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좀 바쁘다. 저는 수란을 이렇게 먹어요, 하며 국물 떠넣고 김 부셔 넣고 시범도 보여야하고 내 몫의 콩나물국밥에 감동도 해야한다. 손과 입이 바쁜 와중에도 언제 먹어도 맛있는 콩나물국밥에 대한 감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사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미가옥 콩나물국밥을 좋아하는 내 마음’도 활성화 상태다. 바쁘다 바뻐. 그 와중에도 역시 너무 맛있어.


미가옥 삼례점에 41번 가는 동안 친구를 데려간 건 13번, 고맙게도 ㅈ가 미가옥 동지가 되어 8번이나 같이 가주었다. 대전으로 이사오지 않고 계속 완주 봉동에 살았더라면 매주 목요일에 미가옥에 가는 루틴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을텐데 아쉽다. 이사 온 뒤로도 미가옥에 갈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매주 전주에서 일이 있는데, 새벽같이 나와서 미가옥에 들렀다가 간다. 당일치기가 피곤한 날엔 금요일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니 토요일 아침부터 ㅈ를 불러낼 순 없어도 금요일 점심엔 함께 미가옥에 갈 수 있겠지. 대전 친구들도 나의 미가옥을 궁금해한다. 조만간 미가옥 원정대를 조직해서 함께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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