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내 사랑을 강요할 순 없겠지

by badac

이제 막 아는 사이가 된 동네 친구에게 어김없이 미가옥을 예찬하다가 누군가‘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평했단 말을 전해들었다. 내가 만든 콩나물국밥도 아닌데 내가 사랑하는 콩나물국밥이 실망스러웠다니 내내 연습한 발표에서 실수를 한듯 속이 상했다. 식성과 취향은 개인마다 다르니 누군가에게는 나의 미가옥이 별로일 수도 있겠지,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불쑥 ‘아니, 그래도 내가 데려간 사람들은 별로라는 사람 없었는데 아쉽다’는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차마 내 앞에서는 말을 못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내 친구들이 했던 그나마 부정적인 평가는 자기 입맛에는 썩 맞지 않지만 내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뭔지 알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개성이 강한 맛이다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좋아해주길 바라는 욕심에 사람들을 여럿 데리고 미가옥에 갔다. 나처럼 호들갑을 떨며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저 그렇다는 듯 별다른 평가를 안 한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별다른 평가를 안 한 사람은 나의 콩나물국밥을 혼자 다시 먹으러 오진 않겠구나. 내 앞에서 솔직하게 나는 별로야 라고 말해주는 게 더 기분이 나빴을까, 별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그집 별로였어 라고 말하는 게 더 기분이 나쁠까. 두 가지 반응 모두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실수를 전혀 하지 않은 발표도 내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로인 것처럼, 그가 나의 미가옥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미가옥 탓도, 그 친구의 탓도, 당연히 나의 탓도 아니다. 맛있다고 가자고 한 사람이니 내 탓은 조금 있으려나.

이야기를 나누다 그 부정적인 평가를 한 주인공이 얼마 전 나와 함께 미가옥에 갔던 친구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순간적으로 배신감이 들었다. 내 앞에서는 아무말도 안해놓고선 뒤에선 나의 미가옥 흉을 봤단 말이야? 시간이 조금 흘러 정신을 차리고 나니 미가옥 콩나물국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내 앞에서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말을 굳이 할 수 없었을 것 같긴하다. 아직 나의 미가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준 건 아무래도 서운하긴 하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순 없는 노릇이니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그동안 내가 미가옥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심어놓은 건가 반성하게 됐다. 아니야,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마음껏 말하는 게 뭐가 나빠. 내 말을 듣고 미가옥에 흥미가 생겼든 오히려 거부감이 생겼든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할 테다. 다만 나의 미가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아야지. 나는 미가옥이 아니고, 설사 내가 미가옥 콩나물국밥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콩나물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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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 아직 많이 친하지 않은 친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 한번 가자고 한다. 내가 먼저 가고 싶다고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얼마나 맛있는 곳이길래 저렇게 좋아할까 싶어서 관심이 생기기는 했다. 아마 이 맛있는 음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먹어보게 하고 싶어서 누구에게라도 그 식당을 소개하고 함께 갈 수 있으면 가는 것 같다. 친구와의 시간도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식사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친구는 흥분해서 이 음식을 왜 좋아하는지, 어떤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가 얼마나 이 음식과 식당을 좋아하는지 계속 이야기한다. 아… 나라도 내 입맛이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구나. 맛있는 척을 하면서 먹을 순 없지만 굳이 정말 못 먹을 정도가 아니라면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것 같다. 그날 그 친구의 반응이 어땠더라. 맛있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다음에 올 땐 오징어를 추가해서 먹어보겠다고 했는데 그말이 오늘의 국밥이 별로라는 말로 들리진 않았다. 그런 의도로 말했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날의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긴하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의 어색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식사 자리가 불편했을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는 미가옥의 맛을 찬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미가옥을 소개할 것이다. 다만 윽박지르지만 말아야겠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진짜 맛있죠? 이런 질문은 안 했을거야, 아니 했을까? 안 했을리가 없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턴 하지 말아야겠다. 제발 맛있다고 말해줘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친구에게 미가옥을 소개하는 순간은 떨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이후는 미가옥과 친구의 시간이야. 나는 충실하게 나와 미가옥의 시간을 보내면 된다.


나는 그날의 친구를 원망하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니다. 혹시라도 친구가 보면 놀랄까 친구의 동의를 얻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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