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옥을 처음 만났을 때 집에서 미가옥까지는 차로 15분이 걸렸다. 점심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도 아니고 대부분의 끼니를 집에서 챙겨먹는 사람이라 9km나 떨어진 곳에 밥을 먹으러 다니는 건 특별한 일이었다. 미가옥이라 가능한 일. 보통 식재료가 떨어졌거나 밥을 해먹기 귀찮을 땐 집앞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다먹거나 배달음식을 먹거나 차로 3분 이내의 읍내 식당에 갔었다. 일을 보러 멀리 나갈 때 동선 안에 있는 식당을 가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다 미가옥을 알게 된 뒤로는 무조건 미가옥이다. 메뉴 결정과 동선을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반사적으로 미가옥으로 향한다.
그 사이 대전으로 이사를 해서 지금 사는 집에서 미가옥까지는 차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아무리 미가옥이라고 해도 아무때나 달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이사를 앞두고선 거의 매일 미가옥에 갔고 친구들은 '미가옥 없는 생활'이 가능하겠냐며 걱정했다. 다행히 당분간은 전주에 일이 있어 매주 한 번은 미가옥에 갈 수 있다. 일터와 미가옥의 거리는 18km 떨어져있지만 72km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에게 18km는 감당할 수 있는 거리다. 매주 토요일 6시쯤 집을 나선다. 한 시간 반을 달려 미가옥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30분을 달려 일터로 간다. 전주에서 일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게 동선이었다. 다행히 집-미가옥-일터 순이라 약간 돌아가더라도 미가옥에 들렀다 갈 수 있었다. 집-일터-미가옥이었더라도 무리해서 미가옥에 들렀다갔을 거 같긴 하다. 욕심 같아서는 일을 마치고 또 미가옥에 가고 싶지만 영업시간이 오후 2시까지라 안타깝게도 갈 수 없다. 일주일에 딱 한 번 미가옥을 만날 수 있는 날인데, 아침과 점심을 다 콩나물국밥으로 먹어도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좋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일정을 좀 조정하면 점심도 미가옥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갈 때 상황을 살펴야겠다.
생각날 때마다 만날 수 없으니 애틋함이 더 커진다. 삼례 IC를 지나 읍내로 들어서는 길목에선 진짜로 소리를 지른다. ‘으아아악, 미가옥에 드디어 왔어!’ 일주일만에 만나는 콩나물국밥, 그리웠던 미가옥의 간판, 사장님과 직원님, 가마솥, 도마와 칼, 테이블, 의자 등 모든 것이 반갑다. 자리에 앉으면 애정어린 눈길로 매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국밥을 마는 순서와 사장님의 몸짓을 더 정확히 기억하고 싶어서 미가옥과 음식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 외에 딴짓을 하지 않는다. 밥과 김, 오징어 젓갈과 새우젓이 나오면 보고(먹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꼭꼭 씹어먹으며 콩나물국밥을 기다린다. 콩나물국밥이 나오면 원형 그대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인스타그램에 콩나물국밥만 올리는 계정을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 갔을 때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긴 했지만 그 사랑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조금 후의 일이라 아쉽게도 내가 먹은 모든 미가옥 콩나물국밥이 사진으로 남은 건 아니다. 그래도 미가옥 엑셀시트를 만들어서 정리하기 시작할 즈음 계정을 생성해서 그때부터 나의 미가옥을, 미가옥을 통해 사랑하게 된 다른 콩나물국밥까지를 사진 찍어 기록했다. 얼른 사진을 한 장 찍고 다시 콩나물국밥에 집중한다. 사진은 다 먹고 난 뒤에 올리면 된다. 지금은 콩나물국밥과 나, 우리 둘만의 시간. 딴짓은 금물, 만날 수 있는 날이 줄어드니 만났을 때 오로지 상대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너를 만끽하기에도 아까운 시간,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없다. 사진도 딱 콩나물국밥 한 장만 정성들여 찍고 반찬이나 수란은 상황에 따라 찍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수란에 콩나물국밥의 국물의 떠 넣고 김을 찢어 올리는 내 행동이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나는 예를 다해 너를 대하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상태로 너의 맛을 끌어올려 먹을 거야. 단 한 숫갈도 허투로 낭비하지 않겠어. 너를 만나는 일분 일초가, 한 숟갈 한 모금이 소중하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한 때는 앉자마자 마시듯 먹어치우기도 했었다. 반갑다! 콩나물국밥. 더운 여름날 냉수를 들이키듯 콩나물국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려 허겁지겁 급하게 식사를 했던 날도 내 사랑은 진심이었지. 너만을 생각하면서 달려왔으니까. 지금의 장거리 사랑은 더 원숙해진 느낌이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는 귀하신 몸, 허투로 대할 수 없다. 첫 술부터 마지막까지 천천히 음미하고 찬양할 테다. 인간과 장거리연애를 할 때도 귀하고 소중한 마음만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아까운 시간을 서운해하고 싸우느라 낭비하진 않았을 텐데, 인간끼리의 사랑에는 아무래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섞여있으니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는 하지만 어색해진 공기를 데우는 시간이 필요했고, 사랑하는데도 낯설어졌다는 사실이 서운했다. 혼자만 사랑하고 있을까봐 확인하고 다그치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때야 좋은 시간 나쁜 시간이 모두 재료가 되어 추억을 깊고 진하게 만들어주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떨어져보내다가 가끔 만나 싸움과 원망, 화해와 사랑의 확인을 순서대로 하다보면 늘 시간이 모자라 마지막 부분을 급하게 욱여넣고 만다. 제대로 흐르지 못한 사랑의 시간은 만성 소화불량 상태로 남아 결국엔 이별이 되었다. 콩나물국밥을 찬양하는 마음은 조건 없는 사랑이다. 내가 너를 더 사랑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너의 마음은 내게 돌아올 리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간과 마음을 들여 너를 더욱 사랑하는 일, 변치 않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라는 일뿐이다. 다그치치 않는 사랑을 너로부터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