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회
오늘 찾아갈 곳은 대전중앙시장이다. 중앙철도시장이라고도 한다. 대전창작센터를 나서면 눈 앞에 대흥동 성당이 보인다. 으느정이 네거리에 자리하고 있으니 출입문을 등지고 오른쪽으로는 중앙로역으로 가는 대종로, 왼쪽으로는 중교로를 따라 대전척으로 갈 수 있다. 대종로를 지나는 자동차와 성심당을 향해 가는 보행자가 많으니 나는 덜 복잡한 중교로로 돌아서 시장으로 간다. 그런데 몇발짝만 떼면 개와 고양이를 판매하는 애견샵이 늘어선 구간을 지나야 하니 오히려 사람 많은 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대전천을 만나면 중교를 건너서 왼쪽으로 조금 더 가거나,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이동해서 은행교를 건너도 된다. 우리의 목적지는 중교를 건너기 전 대전천서로를 기준으로 9시 방향, 중앙철도 시장 정원상가다. 대전창작센터에서 정원상가까지는 500미터 정도 되고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간다.
중앙철도시장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기는 했어도 일반 시민들입장에서는 굳이 더 긴 이름으로 바꿔 부를 이유가 없다. 있는 이름도 줄이는 판인데… 점포수만 해도 2천개가 넘는 거의 100여년 역사의 종합시장 이름이 쉽게 바뀔리가. 중앙시장은 중앙시장이다. 철도를 테마로 중간중간 먹거리역, 잡화역 등으로 구분을 해놓았는데 길치인 나로서는 한번에 중앙시장을 소개하기 어렵다. 사실 제대로 구경이나 해봤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장을 보러 간 적은 여러번이지만 지난번에 땅콩을 산 가게가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매번 새로운 가게에서 사고, 두부를 예약해놓고 찾으러 못 갈뻔한 적도 있다. 중앙시장보다 더 작은 규모의 길건너 역전시장, 대전역을 기준으로 하면 찻길을 건너지 않고 대전옆으로 형성된 시장이 나같은 사람에겐 마음이 더 편하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시장은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대전역 광장에서 열리는 반짝 새벽시장인데 요즘은 일찍 일어나질 못하니 안 가본 지가 꽤 되었다.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어차피 새벽시장에 가도 특별한 게 아니라 버섯, 오이, 당근, 사과 정도만 사는 거라 그냥 시장에서 사도 된다. 새벽 시장에 가는 기분이 재미있어서 한참 부지런을 떨 때는 자전거타고 자주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과일을 좋아하고 특히 사과는 하루에 한 알 이상을 먹는 편이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가 정말 비싸고 귀한데, 중앙시장을 방황하면 돌다가 아주 마음에 드는 과일가게를 발견해서 요새는 나름 단골로 삼았다. 큰길 입구 쪽에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상호도 부산상회,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부산을 좋아하니까. 초록사과도 사고 시나노도 사고 홍옥, 홍로, 부사 등등 그때그때 맛있는 사과를 먹었다. 수박, 복숭아, 무화과, 샤인머스켓, 단감 등등 철이 바뀔 때마다 매대의 과일도 바뀌었고 남자 사장님, 여자 사장님 다 기분 좋을 만큼 친절하셨다. 부산상회의 가장 좋은 점은 흠이 있거나 크기가 작은 파치를 모아 한 바구니 가득 5천원에 판다는 점이다.
부산상회는 정원상가의 초입 왼쪽에 있다. 정원상가는 떡복이, 튀김, 빈대떡을 파는 상점으로 시작하는 먹거리 시장인 것 같다. 중앙시장홈페이지에 나온 상인회만 해도 구역별로 16개다. 어디서 뭘 파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나갈 때마다 잡화구역, 수입상가, 원단, 잡화 등 기차 모양의 안내판을 보기는 했는데 한눈에 그려지지 않아서 언젠가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인가! 중앙시장 홈페이지와 관할행정구인 동구청 홈페이지를 뒤져도 한눈에 보기 쉬운 지도를 찾지는 못했다. 조만간 취재를 목적으로 돌아다녀봐야겠다. 그때까지는 부산상회에서 과일만 사는 걸로.
*매주 화요일 뉴스레터로 [소탐대전]을 받아보실 분은 여기에서 구독신청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