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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Feb 27. 2024

뭐하던 곳인지 몰라도, 도심 속 공원은 늘 좋다

동춘당 공원


"동춘당은 동춘당 송준길의 아버지인 송이창이 세웠으며 (…)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직접 써서 걸어둔 것인데(…) 별당인 동춘당 뒤로는 종택이 자리잡고(…) 동춘당 공원 내부에 송병하가 건립하고 송요화가 이축한 소대헌/호연재 고택이 위치하고(…)"


읽을 수는 있지만 한자어와 고유명사가 많아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 먹기 어렵다. 동춘당은 사람 이름이냐, 건물 이름이냐(둘다다.), 송시열이 송준길의 아들이냐(아니다. 친척 형제이자 가까운 친구다.), 별당 뒤가 종택이라고, 고택이라고?(종택은 종갓집이고 고택은 오래된 집을 뜻하는 말이니까 종택이자 고택, 소대헌/호연재 고택은 오래되어서 중요한 집이지만 종가는 아니었으니 그냥 고택) 그러니까 여기는 송씨 가문 사람들이 모여살던 곳인데, 종가댁을 중심으로 공원이 된 거란 말이겠지? 조금만 찾아봐도 대전에서 송시열이 매우 중요한 인물인 걸 잘 알겠다. 우암 사적공원에도 산책 삼아 간 적이 있다. 훌륭한 분을 기리는 것 좋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조선시대의 학자이신 것 같은데 제가 역사를 잘 몰라서… 내가 은진 송씨였다면 뿌듯한 마음에 벅차올랐을까. 그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심 한 복판에 이런 공원이 있는 게 그저 좋았다.


소대헌/호연재 고택은 여성 시인인 호연재의 위상과 조선 시대 살림집이고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 건축물로서 국민신탁으로 보전되고 있단다. 대단한 가문의 딸이 대단한 가문으로 시집을 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였지만 시를 쓰며 그 시간을 버텨낸 듯하다. 

문화해설사 선생님들이 동춘당과 종택, 호연재 고택에 관해 설명을 해주실 테지만 기다렸다가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친구 다람쥐와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근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셨다. 집 가까이 이런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슬금슬금 원고를 쓰려고 검색하다가 동춘당 공원에 매화, 산수유, 목련이 좋다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봄이 오면 한 번 더 나들이를 가야겠다. 


동춘당과 전혀 관련 없는 후기

오늘도 한밭도서관에 왔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다짐하기로는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하면서 잠을 깨고, 아침을 챙겨 먹은 뒤, 출근길 정체를 피해 8시 이전 도서관 도착을 목표로 했다. 6시에 일어나기는 했는데, 가지 밥그릇에 밥을 붓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잠깐 고민했다. 지금부터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스르륵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내가 또 그렇지 뭐, 하고 조금 실망했다. 어제 종일 다른 원고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결국 쓰지 못했다. 오늘은 소탐대전을 보내야 하는 날이니 일찍부터 후딱 쓰고, 오후엔 무시래기그림회에 들고갈 그림 숙제를 하려고 했다. 

몇 달째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당연하다는 듯 지키지 못하고, 애써 괜찮다고 하면서도 실은 아쉬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결국 10시에 몸을 일으켜 가지 물그릇에 새 물을 채우고 화장실도 치우고 아침을 차렸다. 어제 지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즉석 미역국에 뜨거운 물을 붓고 김치와 김자반을 꺼내 아침을 먹었다. 샤워까지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세수만 하고 남은 음식을 싸서 얼른 출발했다. 집을 나선 시간은 11시였다. 2시가 넘어가도록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 은진 송씨, 김호연재에 대해 검색하고 이것저것 읽어보느라 원고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그게 다 원고 쓰기에 포함되는 과정이라고 친구에게 하듯 다정하게 말해보지만, 아니 그럴거면 좀 일찍 시작하지 그랬냐고 한소리를 하게 된다. 지금부터 두세 시간 안에 무조건 끝내겠다. 어제 쓰지 못한 원고는 내일 오후에 보내겠다고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마감을 못 맞춘 건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자.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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