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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Feb 20. 2024

자동차가 방전될까봐 희망도서 대출하러 매주 방문합니다

한밭도서관


점심을 먹고 꾸벅꾸벅 졸다가 휴대전화 알람소리를 듣고 깼다. 한밭도서관에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였다. 주말에 쌍리커피에서 산 원두로 커피를 내려 한 모금 마시고 텀블러에 담아 도서관으로 왔다. 지난달에 세 번이나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자동차를 운행하려고 한다. 새 배터리로 교체했으니 그럴 일은 이제 없겠지만 시동을 걸 때마다 혹시 또 하는 마음에 긴장이 된다. 


나는 한밭도서관이 2024년 희망도서 신청을 받기 시작한 1월 8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2권씩 신청하고 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지난주에 신청한 희망도서의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내가 신청한 책을 이미 구입 중이거나 다른 사람이 먼저 신청한 경우에 취소 통보를 받는데 그런 때를 제외하고는 2주 후에 빌려 가라는 연락이 온다. 그게 보통 화요일 오후다. 프로 희망도서 신청인이 되기 전인 작년에는 화요일 오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오후에 대출 알람 문자를 받고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화요일 늦게 도서관에 가거나, 일찍 도서관에 간 화요일엔 문자를 기다렸다가 대출까지 하고 집에 돌아온다. 빌린 책이 많아서 미처 읽지 못한 주에는 지난주에 빌려 가라고 연락받은 희망도서와 이번 주에 빌려 가라고 연락받은 희망도서를 화요일에 같이 빌리기도 한다. 희망도서의 대출 기간은 문자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이라 매주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나는 매주 받을 책이 있다. 


2024년의 첫 번째 희망도서는 1월 30일에야 빌릴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화요일마다 도서관에 가고 있지만 1월에는 대출 기간을 꽉 채워 도서관에 갔기 때문에 2주 동안 차를 몰 일이 없었다. 방전이 되었다. 배터리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추운 겨울에 2주나 차를 세워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뒤로는 일주일만으로도 방전이 되고, 3일 만에도 방전이 되길래 배터리를 충전해 주러 온 출동 서비스 기사님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현금을 주고 배터리를 구입했다.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닐까 이 제품이 제대로 된 제품일지 잠깐 의심했지만 정비소에 찾아가서, 접수하고, 기다렸다가 교체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그냥 해달라고 했다. 연휴 전날이라 정비소가 복잡할 것 같기도 했고, 30분 이상을 운행하라고 하는데 지금 바로 정비소에 찾아가도 될까, 그러면 시동이 또 꺼질 텐데, 정비소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걱정하지 말자면서도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뭐 이런 것까지 걱정하나 싶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런 사람이다. 2월부터는 매주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으니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될 일은 없겠다.


한밭도서관 주차타워에 차를 대고, 본관 2층 자료실로 간다. 주차타워 입구, 본관 입구에서도 경사로를 이용해서 계단 이용을 최소화한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는 한 층을 오르내릴 때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경사로를 찾아다닌다. 지난주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그대로 다시 빌릴 때도 있다. 기간이 다 되지 않은 책도 일단 반납하고 다시 빌려서 모든 책의 반납기간을 통일시킨다. 한 권만 반납하러 도서관에 와야 할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음 대출자가 예약한 경우에는 이런 식의 반복 대출이 불가능한데, 그럴 때는 붙들고 있던 책을 미련 없이 반납할 것인지, 후딱 읽고 반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더 들고 있어봤자 읽지 않을 걸 알고 아쉬운 채로 반납하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자리에서 읽고 반납하고 오기도 한다. 


완주에 살 때는 완주군립중앙도서관에 주로 글을 쓰러 갔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자격증을 준비할 때라 집에서는 당최 듣지 않는 인터넷수업을 도서관에서 듣기도 했다. 완주도서관은 희망도서를 신청해도 책을 사준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거나, 몇 달이 지난 후에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한두 번 왔다. 전주 완산도서관 작업실에 입주작가로 출근하면서부터는 완산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는데 전주 도서관은 희망도서를 잘 사주는 편이었다. 인터넷 서점으로 새 책을 사는 것처럼 도서관에서 새 책을 받아봤다. 차곡차곡 프로 희망도서 신청자가 되어갔다. 


대전 공공도서관에는 ‘미리 봄’이라는 서비스도 있었다. 희망도서와 비슷한 건데, 2주간의 도서구입 및 처리기간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지역서점에서 미리 희망도서를 받아서 보고 서점으로 반납하면 그 이후에 도서관 수서 작업이 진행된다. 한 달에 세 권까지 가능하다. 신청부터 대출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당장 보고 싶은 신간은 미리봄 도서로 신청해서 보고 천천히 보고 싶은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한다. 다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사기도 한다. 


20여 년 전 편집자로 일할 때 회사 선배는 자기가 담당한 책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다며 나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때는 하지 못했다. 이후로도 도서관에 없는 책은 사거나 다른 도서관으로 찾아가면 찾아갔지 희망도서로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프로 희망도서 신청인이 되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받아서 읽고 하는 일이 꽤 번거로워 이런 식으로 정기적인 생활습관이 되는데 몇 년이 걸린 것 같다. 


한밭도서관 3층은 ‘지혜마당’이라는 이름의 개방형 열람실이다. 전주의 도서관들도 리모델링 후 공부하기 좋은 카페처럼 많이 바뀌었는데 그런 비슷한 느낌.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앉아있지는 못하겠더라. 졸려. 2층 자료실에서 책만 빌려서 바로 오는데 오늘은 지혜마당에서 이 글을 써봤다. 집에 있으면 또 졸다가 하루를 그냥 보내버릴 것 같아서. 일단 오늘 할 일은 그래도 다 했으니 이제 퇴근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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