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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28. 2024

집에서 만든 케이크 맛,

하이드아웃

사과 사러 가는 길에 대흥동 성심당 본점, 성심당 케잌부티크를 지나가는데 평일 오후에도 사람이 잔뜩 줄 서 있었다. 평일에는 괜찮다며…. 주말에야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재미 삼아, 유행 좇는 기분으로 오는 걸 이해하겠는데 평일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일이야? 이제 정말 대전 시민은 성심당 못 가겠구만. 나도 망고시루 먹고 싶다고!


와글와글 은행동 성심당 거리 지나 타슈 타고 부산상회에 갔는데, 이제 사과 끝이란다. 저장 사과도 창고에서 다 떨어져서 파치 사과를 살 수가 없다고. 아쉽다. 빨리 여름 되어서 초록 사과 나오면 좋겠다. 성심당 한가하면 빵이나 케이크 사오려고 했는데 사과도 디저트도 못 사서 속상하다. 대신 참외 10개를 만 원에 샀다. 집에 와서 참외 먹고 커피도 내려 먹었는데, 엊그제 저장 안 된 줄 모르고 닫아버린  소탐대전 독립출판 단행본 작업파일 때문에 받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진하디 진한 초코케잌이라도 먹어야 기운이 날 것 같다. 그래서 갔다. 하이드아웃.

하이드아웃은 대흥동 카페거리 터줏대감이다. 트위터에서 대전 사람들이 성심당에 케이크 사려고 줄을 잔뜩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성심당 먹으러 대전 오는 거 고맙지만, 힘든데 그렇게까지 기다리지 말고 대전의 다른 빵집과 케이크가게 가라고들 한다. 하이드아웃은 단골로 언급되는 대흥동 디저트카페다. 한 집 건너 카페가 가득한 거리에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으니 믿을 만한 카페겠거니 싶다.


열 종류 정도 되는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솔티카라멜, 레몬, 당근, 단호박 케이크 먹어봤고 정성이 듬뿍 담긴 홈메이드 케이크 맛이다. 오늘은 속이 아릴 정도로 다디단 걸 먹어야겠어서 초코케잌 마틸다를 한 조각 먹었다. 인터넷에는 정말 정말 맛있다고 호들갑인 후기도 많고, 가까운 친구도 좋아한다.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소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 취향일 것 같은데 젊은이들도 좋아하는 건 조금 의외였다.


카페 인테리어는 구역 별로 조금씩 달라 특이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창밖이 내다보이는 길가 통 창 자리를 좋아하는데, 정원에 놓인 야외 테이블, 한옥 내부 느낌을 살린 가정집 거실 분위기, 좌식 테이블, 다른 곳과 격리된 느낌을 주는 공간, 대규모 단체 손님도 거뜬히 앉을 수 있는 커뮤니티 테이블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오래된 카페라 그런지 손님 연령대도 폭 넓은 듯하다.


전에는 가게 한 칸 크기를 사용하다 옆 공간까지 늘린 것 같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인터넷 지도로 과거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개업 후 한참 한 칸으로 영업하다가 몇년 전에 옆 가게를 터서 확장한 것 같은데, 내가 놀란 건 2015년 개업 이전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카페의 존재 때문이다.


나는 2022년 대전으로 이사 오기 전에 2014년 4월부터 6월까지 대흥동 산호여인숙과 대동 대동작은집에서 살았고,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는 산호여인숙에 주말마다 찾아와 투숙객이나 동네 주민, 산호의 친구들 그러니까 산호여인숙에 드나들던 예술가나 단골 손님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팔았다. 한밭수영장에 수영하러 다니고, 대동 하늘 공원이나 대흥동 프랑스문화원 앞까지 산책하러 다녀오곤 했다. 당시 진한 초콜릿을 팔던 nest791이라는 카페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그런데! 하이드아웃이 네스트791이 있던 자리에 생긴 카페였다. 네스트791은 강연도 하고, 영화 상영도 하고, 각종 이벤트로 나름 동네의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했던 모양인데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충청투데이의 기사가 검색되는 걸 보니 여러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은 카페로 가득한 골목의 과거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빌라를 보면 여기가 전에는 다 단독주택이었겠지 싶기는 했다. 하이드아웃은 오래 오래 영업하려나. 카페들이 즐비한 곳에서 이렇게 살아남았고 지금도 주말이면 만석일 정도로 잘 되는 것 같다. 케이크 팬들도 많고. 10시까지 영업하고 일 하기에도 괜찮은 카페니까. 문 닫지 않고 계속 잘 되면 좋겠다.


며칠 뒤 주말에 애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사 먹었는데, 연유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게 아니라 흑당의 진하고 거친 단맛이 난다고 했다. 내가 마신 아메리카노도 집에 와서 자꾸 생각날 정도로 놀라운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격이 적당하고 케이크 종류가 많고 분위기가 편안하니까 몇 번은 더 가보고 싶은 카페다. 젊은이들이 줄 서서 입장하고 이쪽 저쪽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힙한 카페에 가고 싶진 않으니까. 케이크의 맛은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지만 늘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대중적인 맛인듯. 하긴 나도 스트레스 심한 날 달려가서 초코케잌을 퍼 먹어놓고 남 얘기하듯 말하기는. 사실 며칠 전에도 케이크로 끼니를 때울 수 있을까싶어 스윗펌킴이라는 단호박케이크를 먹고 왔다. (글 써야해서 그런 거에요. 안 가보고 쓸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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