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제작기 1 - 표지 디자인
며칠 내로 소탐대전 표지 작업을 마치고, 샘플본 인쇄를 맡겨야 한다. 5월 1일부터 인디자인으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났다. 야심차게 시작한 쓴모임은 혼자만의 모임이 되었지만 느리지만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다. 글과 그림 원고는 있고, 추가 원고도 쓰고 그렸고, 어렵지만 본문 스타일도 정했다. 텍스트만 있는 상태에서 한 번, 인디자인에 그림까지 앉힌 상태에서 한 번, 두 번을 봤다. 샘플 인쇄본으로 한 번 보고, 최종 파일로 한 번 더 검토하고 제작하면 될 것 같다.
글만 써서 편집자에게 전달한 뒤 책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던 작년과 다를 것은 예상했지만 모든 순간 순간 어렵다. 처음엔 매주 따박따박 쓰고 그린 원고가 있으니 책으로 묶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뉴스레터로 연재한 원고를 단행본으로 만들 때는 새로 쓰는 데 버금가는 품이 들어간다. 있는 원고를 검토하고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수정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추가 원고를 쓰고 그렸다. 그렇게 해서 ‘속 마음’ 꼭지가 들어갔다. 장소를 소개하는 이야기의 나열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으니 지극히 사적인 속 사정을 드러내 내용에 변화를 주었다.
지금 막막한 건 표지다. 대전을 탐험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내 그림을 넣어서 단순하면서도 귀엽게 만들까, 본문에 사용된 장소의 그림을 배열해서 솔직하고 단정하게 만들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도록 추상 이미지와 글자만 사용할까, 아 이것저것 다 됐고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나 혼자 발리>를 만들 때도 원고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건 즐거웠는데, 인디자인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시작하려고 하니 막막했었다. 어떡하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출간 제안을 받아서 책을 직접 만들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오늘 또 미가옥>을 만들 때는 명확하게 타깃으로 삼은 책이 있어서 판형이나 디자인에 고민은 없었다. 내가 만드는 것은 그 출판사에 보낼 샘플이니까. 그래도 표지를 만들 때는 골치가 아팠고, 동료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겨우 완성했다. 이번에도 일러스트레이터인 절친, 북디자이너인 애인, 시각미술가 친구들의 응원과 조언으로 어떻게는 엉금엉금 나아가는 중이다.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안다. 편집자로 일할 때나 저자로 책 만들기에 참여할 때도 표지에 엄청 신경을 썼다. 독립출판은 저자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고, 구성이 탄탄하고 오류가 없으면 잘 읽히는 책으로 만들고, 많은 독자를 만나게 하기 위해 동시에 고민하고 실행한다. 계속 책을 만들어온 전문가도 매번 어려울 텐데, 처음 하는 내가, 초보이자 비전문가인 내가 단숨에 잘 할 리가 없지. 어려운 일을 힘들게 해내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추천해준 레퍼런스를 참고로 선생님의 지도 편달 아래 이것저것 표지에 들어갈 그림을 그렸다. 그림과 어울리는 서체를 찾아 제목과 부제를 달고, 와글와글 귀여운 그림을 여기저기 배치하다보면 괜찮은 표지가 나오겠지.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의 안목을 믿고, 주변의 사랑에 의지하며 오늘 표지를 마무리해봐야겠다.
단행본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계속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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