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제작기 2 - 교정쇄 발주
드디어 교정쇄를 넘겼다. 컬러출력으로 교정지를 뽑아 본다고 해도 실제 인쇄에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서 본 인쇄 전에 샘플북을 한 권 뽑아볼 예정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출력해야 하니 실제 옵셋 방식의 대량 출력과 또 색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가제본 형태로나마 책을 보고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독립출판워크숍을 들을 때 선생님이 소개해 준 ‘인터프로프린트’라는 인터넷 인쇄소를 이용할 거라 샘플북도 거기서 뽑으려고 메뉴를 살펴보다가 교정쇄 출력 서비스가 있다는 걸 봤다. 2권을 만들어서 하나는 나 보라고 보내주고, 하나는 보관해서 실제 대량 인쇄를 할 때 참고한단다. 필요하니 있는 서비스겠거니 싶어서 교정쇄 인쇄를 주문했다.
<소탐대전의> 발행인은 7월 17일, <오늘 또 미가옥>은 6월 29일로 했다. 그래도 이번 달 안에 둘 다 인쇄를 마치고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그래도 귀여운 날을 발행일로 하고 싶었다. 책의 생일이니까. 17이라는 숫자는 90도 왼쪽으로 회전하면 우겨서 ‘스’가 된다. 그래서 <소탐대전>의 발행일이다. 한 달에 두 권을 내고 싶진 않아서 <오늘 또 미가옥>의 발행일은 6월이고 콩나물을 닮은 숫자9를 포함시켜야 하니 자연스럽게 29일이 되었다. 숫자 2는 ‘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흘려서 쓰면 비슷하지 않나요?
표지 앞에 막막해하다가 겨우 겨우 울면서 표지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고, 이리저리 표지 디자인을 해봐도 마음에 안 들어서 기분이 팩 상하는 순간을 거쳐, 그래도 어찌저찌 디자인을 확정했다. 그리고는 몰아쳐서 교정도 봤다. 배송비 아끼려고 두 권 동시에 교정쇄를 주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또 미가옥>은 2022년에 완주문화재단의 창작준비금을 받은 책이라 당시에 디자인까지 마치고 소량이나마 책을 만들었으니 이번에 그냥 뽑으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동시에 두 권을 작업할 욕심을 냈던 거다. 그런데 막상 떠들어 보니 뒷부분에 추가 원고도 넣어서 분량도 조금 늘리고 싶고, 사장님이 바뀌어서 전혀 다른 가게가 되었으니 가게 이름도 감추고, 기성 출판물의 디자인을 그대로 배껴서 만든 것도 마음에 걸려서 조금이나마 디자인도 바꾸다보니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갔다. 뒷부분 추가 원고만 좀 신경써서 보면 될 줄 알았더니 2년 전에 쓴 원고라 그런지 아주 내용도 마음에 안들어서 볼 수록 좀 신경질이 났다. 다시 애정을 가지고 보니 그 정도는 아니어서 (그렇지, 그때는 또 그때의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조금만 손봐서 고치고, 교정 보고, 또 교정을 봤다. 가볍게 한 두 번만 보면 될 줄 알았더니 처음 책을 만드는 것처럼 원고 수정하고, PDF 상태로 1교를 보고, 출력해서 2교를 보고, 다시 3교를 봤다. 이제 샘플북이 오면 한 번만 더 보고 본인쇄를 맡길 거다.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더듬더듬 엉금엉금 울면서 가니까 끝이 나기는 한다. 이제 판매라는 또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쨌든 책은 만들어졌다. 인쇄 사고라는 게 있어서 안심할 순 없으니 내 손에 책이 들어와야 완전히 끝난 거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또 어디냐. 수고 많았다. 나야.
울면서 마친 표지디자인이지만 보고 있으면 애정이 더 생긴다. 귀여워. 잘했어. 스스로에게 칭찬을 못하는 성격이라 디자이너인 친구, 시각예술하는 친구, 북디자인하는 친구, 독자인 친구들이 다 잘했다고 해도 의심만 했다. 남의 말을 믿고, 나도 믿고, 나를 이끌어주는 선생님도 믿어야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하면서 또 길을 내야지.
단행본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계속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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