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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Aug 27. 2024

보완 : 어떻게 하면 원고가 더 나아질까

초고 수정하기


울면서 썼든 즐겁게 썼든 우선 초고를 완성했다면, 가장 먼저 수고했다고 보상을 듬뿍 해줘야 한다. 평소보다 조금 공을 들인 음식과 귀한 경험으로 스스로를 치하하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쯤 쉬고 다음 날 퇴고에 들어간다. 방금 끝낸 글의 감각으로부터 멀어져 책에 포함될 글로 바라볼 다른 자리에 서야 한다. 한 편 한 편 겨우 완성할 때는 지금 쓰는 글이 전부인 것 같지만 실상은 이들이 모여 책이 된다. 이제 모든 원고가 모였으니 맥락을 살피며 전체 글을 읽고 앞뒤의 연결이 적절한지, 앞에 한 말과 뒤에 한 말이 다르지는 않은지, 반복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글의 리듬과 호흡을 살핀다. 이야기가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글쓴이의 마음이나 행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가 풍성해지는지, 글쓴이가 축적된 경험으로 성장하는지, 이야기가 쌓이면서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눈이 밝은 독자의 시선으로 촘촘히 읽는다. 부족한 점이 보인다면 그렇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원고를 더하거나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과감히 뺄 필요도 있다. 삭제한 내용 대신 넣으면 좋을 원고를 다시 쓰거나, 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양을 늘리기 위해 또 쓰거나, 읽다 보니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계속 원고를 쓴다. 초고를 마쳤다고 축하 의식을 성대하게 치러야 하는 까닭은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초고는 끝이 아니다. 


추가 원고 작성의 실례


<소탐대전>은 매주 한 편씩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쓴 글이다. 지역별로 구분해서 동선을 그리면서 목차를 짜거나, 공간의 특징에 맞게 스토리를 만들어 순서를 정한 게 아니어서 각각의 글이 독립적이다. 매번 각기 다른 장소를 소개하고 있으니 소재는 다르지만, 방문과 감상이라는 형식이 비슷하니 여러 편의 글이 짜임새 없이 늘어선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장소의 작은 차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글보다 오히려 지루하거나, 여기저기 급하게 돌아다니는 관광처럼 독자를 지칠 게 만들것 같았다. 

주간 연재했던 글이라 내용에 시간의 흐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순서를 바꿀 수도 없었다. 이미 있는 원고에 생생함을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했다. 대전을 탐험하는 바깥 여행 사이에 탐험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내면 여행을 추가로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문밖을 나서는 동네 여행과 문 닫고 들어와서 천천히 자신을 만나는 내면 탐구가 짝을 이루면 책의 긴장감을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다. 솔직하게 마음을 쓰는 데는 자신이 있었으므로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소재를 정하면서, 독자를 만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실컷 적었다.

본문에 포함된 그림 수도 맞춰서 글 한 꼭지에 그림 두 개를 기본으로 했다. 초기 연재에는 그림을 하나만 그렸는데 뒤로 갈 수록 그림 실력이 늘어서 두 개 이상을 그렸다. 빠진그림을 그리고, 추가 원고에 들어갈 그림도 그렸다. (표지에 들어갈 그림은 아직 생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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