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 문법 검사,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통일.
글쓰기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 붙들고 고치고 또 고치면 글은 좋아진다. 골똘히 생각하고 진지하게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을 때에 그렇다. 맑지 않은 정신으로 적당히 이건가 저건가 할 바엔 떨치고 일어나 글쓰기를 완료하자. 가까이 지내는 시각 예술가 친구도 그랬다. 작품의 완성이 어디인가, 언제 끝낼 것인가, 마치 끝인 것 같지만 다 뒤집어 엎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만하자, 이름 적고 낙관을 찍어야 할 때가 왔음은 본인이 안다. 할만큼 했다. 이제 그만 쓰자. 편집자가 있다면 편집자에게 글을 보내면 되겠지만 지금 우리는 어제는 작가, 오늘은 편집자다. 편집과 디자인 업무를 기다리고 있는 오늘의 나와 디자이너인 내일의 나에게 원고를 인수인계 할 때다.
작가였던 어제 잠깐 편집자가 되어 초고를 검토하고 수정 사항을 요청했지만 오늘은 온전히 편집자로서 파일 상태의 원고를 교정해야 한다. 내용 검토는 어제의 내가 잘했으리라 믿고 이제부터는 형식을 맞추는 작업을 하자. 인디자인 파일에 원고를 흘리는 조판 작업 후에는 한글이나 MS워드 상태의 파일보다 글자 수정이 번거롭다. 워드프로세서는 글을 쓰기 위한 프로그램이고 인디자인은 책의 꼴로 디자인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글의 완성도는 워드프로세서에서 최대한 높이는 게 좋다.
가장 먼저 한글파일에서 빨간 줄이 그어진 부분을 눈여겨 살펴본다. 한 꼭지의 글을 완성할 때마다 부산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http://speller.cs.pusan.ac.kr를 이용해 기본적인 맞춤법 검사를 돌려보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파일 교정할 때 도움이 된다.
‘독립출판’으로 표기했는지 ‘독립 출판’으로 표기했는지 연이은 명사의 표기를 통일한다. 보조동사의 표기가 헷갈리고 번거로운데, ‘건네주다’처럼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합성어는 띄어쓰기 표기 원칙에 따라 붙여 쓰지만 ‘알려 주다’는 본용언 ‘알다’와 보조용언 ‘주다’가 합쳐진 것으로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붙여쓰기도 허용한다. 보조 용언의 띄어쓰기가 한 책 안에서 이랬다저랬다만 하지 않도록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헷갈리는 단어를 짚고 넘어간다.
들여쓰기를 할 때 스페이스바를 눌러서 문단 시작할 때마다 띄어쓰기가 되어 있는지, 마침표를 찍은 뒤에 습관적으로 스페이스바를 눌러서 보이지 않는 띄어쓰기가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본다. 한글 프로그램 기준으로 메뉴에서 [보기]-[표시/숨기기]-[조판 부호]를 보이도록 한다. 가운데 정렬을 띄어쓰기로 한 칸 한 칸 움직여서 자리를 잡았다거나 다음 꼭지를 바뀐 페이지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한 줄 한 줄 엔터를 쳐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식으로 지저분하게 수동으로 먹인 띄어쓰기, 줄바꿈 등이 있는지도 조판부호 보기를 통해 확인한다.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말줄임표, 괄호, 꺽쇠, 가운뎃점 등 사용된 특수 문자와 문장 부호도 살핀다. 말줄임표를 마침표 서너개로 쓴다거나,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문자를 가운뎃점으로 사용하는 실수가 흔하다. 인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수정을 하게 되더라도 일단 워드프로세서 파일 안에서 통일시켜놓으면 변환하기도 수월하다.
파일 교정을 하면서도 자꾸 글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 테지만 편집자의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글 수정은 마지막에 저자 교정을 볼때 한꺼번에 하기로 하자. 중간 중간 조금씩 고치면서 새로 쓰고, 다시 교정을 보는 식으로 작업이 섞이면 효율이 떨어진다. 인디자인 작업을 하기 좋은 파일로 만드는 것이 지금 작업의 목표다. 더 매끄럽게 좋은 글로 고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정리] 파일교정 할 때 기본적으로 체크할 것
1. 명사+명사의 띄어쓰기 통일
2. 본용언+보조영언의 띄어쓰기 통일
3. 조판 부호 보기로 쓸데 없는 띄어쓰기 삭제
4. ‘작은 따옴표’ “큰 따옴표” 가운뎃점 · 말줄임표…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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