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쓸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매번 울면서 혼자 글을 쓰는 건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든 쓸 수는 있지만 쓰고 나서 조금 더 즐거워지고 싶었다.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에 쓸 힘을 얻고 싶었다. 나처럼 쓰고 싶지만 쓰기 힘든 사람, 쓰기 싫지만 쓰면 좋은 사람과 함께 쓰기로 했다. 혼자 쓰기가 외로워서 동료를 찾았다.
처음에 생각한 모임은 정말, (대면으로든 온라인으로든) 만나 함께 쓰는 모임이었다. 바쁜 일정에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면 운동하러 체육관에 가듯 쓰기 위해 모이자. 정해진 시간에 어떻게든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한 번에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번 만났을 때 완성하더라도 우선 만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쓰기 위해 비워둔 시간은 퇴근 후 저녁, 자기 직전 늦은 밤, 이른 새벽으로 사람마다 각각 달랐다. 쓰기로 진입하기 위한 손 풀기가 아니라면 완결된 자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 만든 쓰기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 맞는 동료를 찾기도 힘들었는데 쓰는 시간을 맞추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아쉽지만 함께 쓰기는 포기. 계속 쓸 수 있도록 서로의 마감, 적극적인 독자가 되어주기로 했다.
약속한 날까지 어떻게든 글을 쓴다. 글쓰기 동료이자 독자인 친구들 앞에서 소리 내어 글을 읽는다. 읽다 보면 쓰면서는 잘 몰랐던 어색한 부분을 찾아낼 때도 있다. 내 글은 독자에게로 가서 의도와 달리 읽힌다. 친구의 글도 그렇게 읽는다. 저자의 마음으로, 동료의 마음으로 눈과 귀에 꾹꾹 눌러 담는다.
어떤 모임이든 잘 맞는 사람과 꾸준히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건 복이다. 나는 도서관의 책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같이 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먼저 제안했다. 글이 좋아서,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좋아서, 제때 숙제를 잘해서, 모임을 하면 속 터질 일은 없을 것 같았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게다가 사랑이 거기 있었다. 좋은 동료가 있다면 그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 더 잘하자. 아직 없다면 호시탐탐 짝을 찾는 마음으로 도서관과 동네 책방과 모임 플랫폼을 두리번거려 봅시다. 찬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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