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을 만드는 마음
머물다가게에서 발행하는 유튜브에 패널로 출연하고, 머물작가로 유튜브에 언급된 책 소개 글을 쓴 지 1년 남짓 되었다. 매주 한 번 이상 머물다가게에 가서 ‘쓸모임’을 진행한다. 손님으로 책을 사러 가고, 커피를 마시러 가고, 제작자로 책을 입고하러 갔다가 머물다가게라는 기획사의 소속 작가라도 된 양 가까워졌다.
대전 문화계에서 일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기획자 서은덕 씨와 교육 사업을 진행하던 2022년 가을 대동 머물다가게에 함께 들러 인사를 나눴다. 알아두면 좋을 거라고 소개해 주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업계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제 갓 대전으로 이사 온 후라 친구 사귀기든, 프리랜서로서 구하기든, 인프라를 이해하기 위함이든 필요한 과정이었다. 본능과 경험으로 우리 같은 프리랜서는 인연의 소중함을 안다.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고 소개받는 일이 고마웠다. 2024년 머물다가게 시즌1 영업을 마치기 전에 다시 방문해서 인사를 나누고 가는 인연을 이었다. 관광 상품, 지역 작가 등 대전 콘텐츠를 다루는 매장이라 더 반가웠다. 시즌2 자양동 머물다가게가 문 열기 전엔 <머물일기>를 받아보며 머물다가게와 임다은 씨를 알아갔다.
2024년에는 다은 씨가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월간토마토>에 실릴 인터뷰도 하고 머물다가게에 <소탐대전>도 입고하고 북토크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작가 소모임을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와서 기꺼이 합류했다. 대전에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업계인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뭐라도 생긴다,는 마음이었다. 그때부터 ‘드글드글 이글이글’에서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얻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같이 북페어에도 나가고 누군가 책을 내면 요란하게 축하한다. 혼자 책 쓰는 일의 외로움을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 모임이 강의료나 원고료는 다들 얼마나 받는지, 일은 어디서들 구하는지, 일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식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부터도 그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기회는 없었다. 일은 우연하고도 급작스럽게 들어왔고, 일의 특성상 고료나 수당을 협상할 상황도 안 됐다.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정서를 가진 작가들의 사조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글드글 이글이글’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염주희 작가님이 이번에는 우리의 글을 모아서 책을 만들자고 했다. 아, 나는 일을 받아서 돈을 벌거나 원고를 보내고 싶었던 거지. 일을 직접 벌일 생각은 없는데… 하지만 안 한다고 하기에는, 하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감이 왔다. 동료들과의 우정이든, 책 만드는 과정에 따른 기쁨이든, 결과물이 가져다줄 어떤 효과든. 지나고 나면 생길 ‘보상’을 나는 막연하게 기대한다. 모임에 처음 참여할 때 기대했던 ‘만나야 뭐라도 생긴다’라는 마음은 ‘해야 뭐라도 남는다’로 진화했다.
2024년 연말 모임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해가 바뀌자마자 바로 진행했다. 다들 책을 쓰고 만들어본 경력자들이라 기획과 집필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사소한 어려움은 그러려니, 여럿이 하는 일의 울퉁불퉁함도 그러려니, 처음 하는 일의 우왕자왕도 그러려니. 그렇게 드디어. 책이 나왔다.
손바닥을 쫙 펴면 비슷한 크기, 작가 다섯 명이 글을 썼다. 50쪽이 조금 넘는 갸벼운 책이다.
나는 무시래기그림회에서 열심히 그리는 그림 하나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님이자 오랜 친구인 미지의 인터뷰를 실었다.
봄맞이 새싹 에디션. 딱 100부를 만들었고, 모든 책에 수기로 일련번호를 적었다. 머물다가게에서만 판매한다.
"글쓰기는 내밀하면서도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라 쓰는 순간에는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철저하게 혼자여야 가능하다. 그저 엄격한 마감을 주는 감시자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게 불편했어요. (..) 내 글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를 이겨낼 수 있을까 (..) 나 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을 순수하게 존경하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볼 수 있을까 (...)"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세상에 선보인 적 없는 글을 유일하게 모임에서 나만, 우리만 읽는다는 게 좋았어요. 내 글을 다른 분들이 봐주는 것도 걱정하던 것과 달리 좋았어요. 부정이든 부정이든 피드백을 받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