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이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다짐을 지켜나가는 법

by badac

4월부터는 이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끝맺은 어제의 글쓰기를 떠올리며, 4월 2일이 끝나기 한 시간 반 전에 책상에 앉았다. 엊그제 그나마 책상을 비워놔서 집에 늦게 들어온 날도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앉을 수 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는 일찍 일어났고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꽤 늦게 잤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겨우 눈을 떴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느긋하게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글쓰기를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는데 한정된 시간을 사용하기로 한다.


어젯밤 불려놓은 잡곡밥을 앉히고 시금치를 데쳐 나물을 만들었다. 물을 끓이고 시금치를 씻어 다듬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팔팔끓는 물에 잠깐 담궜다가 뺀다. 체에 걸러 물기를 빼고 뜨거운 기운이 가시면 꾹꾹 눌러짠다. 양파를 썰고 냉동실에서 다진 마늘을 꺼내 양푼에 담았다. 언젠가 엄마가 보내준 젓갈을 반숫갈 넣고 간장도 넣고 시금치랑 다 해서 비빈다. 시금치가 워낙 달아서 대충 만들어도 맛있다. 도시락 반찬은 간단하게 오이고추와 시금치 나물. 도시락싸고 남은 밥 반공기는 아침으로 먹었다.


일어나자 마자 뚝딱뚝딱 밥을 하는게 싫지는 않지만, 어제 밤에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만 붙들고 두세시간 내내 트위터를 들여다 본 게 생각나서 이 맑고 귀한 아침 시간을 글쓰기나 책읽기에 못 쓰고 이렇게 급하게 요리하는 데 쓰는 게 조금 아깝기도 하다. 저녁에 반찬도 만들고 요리도 하고 아침엔 일어나자 마자 무의식에서 끌어올린 글을 쓰거나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밥을 짓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서 어쩜 가장 중요한 시간에 그걸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계속 생산성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 없애는 것, 글을 쓰고 무언가를 남기는 것.


퇴근 후 동료들과 급하게 우리끼리 회식을 하고 늦게 들어왔는데 그냥 자지 않고 짧은 글이라도 적는다.

고심해서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선은 양을 채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나으니까. 어제의 다짐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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