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콱 막힌 기분 응급 처치 및 향후 대처 방안

나쁘게 말하면 의존적 감수성, 좋게 말하면 관계지향성.

by badac

후우.
눈물이 날 것처럼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은 힘들었다. 굳이 따지자면야 회사에서 일어나는 사건 하나하나가 고통이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큰 일이냐 하면 꼭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문제일 순 있다)

원래 이번 토요일이 상담 가는 날인데, 사정상 쉬게 되었고 한주 미루자니 격주로 가는 스케쥴에 일정을 맞춰놔서 다음 달에나 상담에 가게 생겼다. 상담 갈 때마다 오늘도 별 일 없고, 별 감동도 깨달음도 없고, 딱히 별 말도 안 하는데...하고 돌아오기를 서너번. 이번주에 못가고 다음달에 가면 한 달만에 가는 거다. 상담선생님과 문자로 스케쥴을 잡을 때는 흔쾌히 다음달에 갈게요.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을게요. 라고 말했다. 이번달 돈도 없고.

이번 달 돈이 없는 이유는 7월에 조지아 가는 비행기표를 2월에 끊어놔서인데 아마 못 가겠지? 환불하면 60만원 정도밖에 못 돌려 받는 거 같은데 어떡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날리면 날리는 거지 어쩔수 없다. 이런 마음으로. 엄청 속쓰리지만. 이럴 땐 또 너무 멍하게 내 일 같지 않다. 당장 2천원짜리 아메리카노 사먹을 때는 돈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100만원 날리게 된 일 앞에서는 왜 이렇게 태연한 척 하는 거냐.

미래가 콱 막힌 기분이 들어서 오후 내내 괴로웠다. 나한테 뭐가 있냐, 이렇게 회사를 뛰쳐나가면 뭐 먹고 사냐,

책 쓴 저자로 예술인증명은 받았는데 에세이를 엄청 잘 써서 청탁 맨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3년 전에 쓴 책으로 일 년에 한 두번 들어오던 강연도 이제 뜸하다. 단 한번도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기대한 적도 없다. 세상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뭐라도 하고, 그러다 밀어내기로 밀려나는 무기력을 딛고, 다시 기력이 돌아오면 또 신나게 뭔가를 향해 달리고 다시 우울해지고 반복이다. 겨우겨우 죽지말자고 납작 엎드려서 이 우울한 시기를 잘 지내보자고 버티고 또 버티다보면 다행히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엔 괜찮아진다. 잘 지나갔구나 안도하다가 나도 모르게 숨이 찰만큼 질주해버리지만... 그것도 어떻게 멀미나지 않게 잘 리듬을 타보려고 상담도 다니잖아.

다행히 지금 이렇게 월급 밀리지 않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기획서와 보고서 쯤은 적당히 후다닥 쓸 줄 안다. 우울하고 괴로워도 신선채소와 잡곡밥으로 끼니를 챙기는 습관이 몸에 뱄고 트위터에 우는 소리하면 위로와 지지를 보내주는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엉엉 울면서 감동하는 나쁘게 말하면 의존적 감수성, 좋게 말하면 관계지향성. 어쨌든 그렇게 당신과 나의 사랑으로 괴로운 마음을 밀어낸다.

그렇지, 나는 엄청나게 성실하고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다정한 마음을 아낌없이 쓰면서 살지. 다짐의 왕이라 갑갑해보일지 모르지만 초등6, 중고등6 개근상에 빛나는 초성실 유전자 보유자는 괴롭지도 않다.

트위터에 괴로운 마음에 대해 썼다가 친구들의 위로 인사를 와르르 받고나니 꺼이꺼이 눈물이 난다. 기쁨과 안도의 통곡.

이상한 거, 화나는 거, 답 없고 불안하고 무서운 거 말고 좋은 거, 잘 하는 거, 행복한 거 먼저 생각해야지. 오늘 기분은 응급으로 회복해야한다.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재미있는지, 다정한지, 믿음직스러운지, 잘 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떠올리고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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