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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Jul 21. 2021

아직 어리거나, 이미 심장이 멎었거나

제네시스 쿠페와 함께한 드리프트의 인연

자동차는 어른의 것

초등학교는 걸어서 갔고

중학교는 버스로 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기숙사 생활


중학교 등교시간에 늦었을 때

주말이나 명절에 멀리 이동할 때

아버지가 운전하셨던 자동차가

내가 기억하는 자동차의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에게도 자동차는

그저 어른의 물건이었다


27살에 맞게 된 운명

27살, 회계사 시험을 합격하고

축하의 술을 진탕 먹고

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 차 막내 회계사로서

처음 투입된 업무는

자동차 회사의 회계감사


우연한 기회로

자동차 전문 강사(인스트럭터)분이

점심식사 직후의 자투리 시간에

배부른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드리프트를 해주셨다

드리프트를 잘 보여주는 영상 (출처 : 유튜브 채널 LIMMA의 영상 "BMW M5 E39"중에서)


글을 준비하며

어느새 희미한 그 시절을 돌아보니

자동차에 대한 첫 번째 운명이었다


당신은 아직 어리거나 이미 심장이 멎었거나

영화 속에서만 봤던 드리프트

5분 정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막내 회계사의 현실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회사로부터 얇은 인쇄물을 받았다

인생에서 처음 펼쳐보는

자동차 브로셔(홍보책자)


그제야 알았다

내가 경험한 드리프트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였구나


이 차는 현대자동차의

본격적인 스포츠카로서의

새 출발을 알린 모델로 기억한다


당시 두 가지 광고 문구가 있었는데

둘 다 너무 멋있었다

유치하고 뻔하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좋다


[1]

제네시스 쿠페다

가슴이 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아직 어리거나

이미 심장이 멎었거나


[2]

세상의 시선과 기준에만 갇혀 살기에는

인생은 짧다

[1] 어리지 않았던 자의 선택은 심장이 멎는 것뿐...ㅜㅜ
[2] 그때는 사회초년생, 인생은 길다고 생각했었다...


후륜 구동이 뭔지

3.8리터와 2.0리터 엔진은 뭔지

303마력은 그렇게 높은 것인지

브렘보 브레이크가 그렇게 유명했는지

그땐 하나도 몰랐지만


매끄러운 옆 라인과 (앞모습은 좀...)

대놓고 유혹하는 광고문구만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자동차를 사고 싶었다


그러나

두 발 편히 잘 곳부터 해결해야 할

사회초년생이라는 현실에서

브로셔를 멋있게 코팅해놓는 것으로

내가 맞이할 긴 인생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자동차 브로셔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동차 광고 문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알아가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드리프트라는 그 5분 남짓의 시간

살아온 시간으로는 0.000034%였던 그 시간과

인생의 우연에 감사한다


에피소드 3 끝!

빠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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