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러닝하며 배운 것들
지난 편 기억하시나요?
“같이 놀고 웃다 보니 깊어지는 부부 사이”라고
말씀 드렸죠.
그런데 그건 절반쯤 맞는 말이에요.
같이 놀다 보면, 웃음만큼 다툼도 생겨요.
저희 부부는 ‘러닝’이라는 공통된 취미로 처음 연결됐어요.
러닝이 우리를 이어줬고,
만남을 시작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그러니 그게 갈등을 만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처음엔 러닝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함께 뛰기 시작하면서
의외의 갈등이 자꾸 생겨났어요.
문제는 ‘실력 차이’였어요.
남편은 러닝 경력도 길고, 훈련도 꾸준히 해오던 사람이었어요. 저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한 단계였고요.
처음엔 남편이 페이스를 낮춰서 맞춰줬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이’는 분명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숨이 턱턱 막히는데, 남편은 옆에서 여유 있게 뛰고 있을 때—괜히 혼자 주눅이 들고,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나랑 뛰는 게 재미없겠구나’, ‘민폐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 마음속에 스며들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챈 남편이 말했어요.
“같이 뛸 땐 조깅처럼 가볍게 하고, 훈련은 각자 하자.”
정말 합리적인 말이었고, 머리로는 이해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서운했어요.
‘같이 하자고 해놓고, 이제는 못 하겠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고,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결국 서운함이 되어 툭툭 튀어나왔어요.
반대로 남편도 답답했을 거예요.
열심히 맞춰줬는데 제가 계속 서운해하니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보는 제가 또 더 서운해졌고요.
같은 이유로 몇 번이나 다투게 됐어요.
러닝은 우리를 이어줬지만, 동시에 엇갈리게 만들기도 했어요.
결국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댔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만의 러닝 방식’을 새로 정리했어요.
중요한 대회나 훈련은 따로 하기
가볍게 조깅할 땐 같이 뛰기 (남편이 페이스를 맞춰주기)
트랙 훈련은 같은 트랙 안에서 각자 뛰다 마주치기
남편의 고강도 훈련은 아예 따로 하기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누니까 한결 편해졌어요.
‘따로 뛴다’는 게 꼭 ‘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저도 알게 됐고, 남편도 제 감정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됐어요.
지금도 우리는 러닝을 함께해요.
가끔은 나란히, 가끔은 각자.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그냥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도 있어요.
좋아하는 게 같아도, 함께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어요.
같이 하다 보면 당연히 마찰도 생기고요.
하지만 그걸 피하지 않고 풀어가다 보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취미 하나면 충분할까?”
이 질문에 지금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웃기도 하지만, 같이 다투기도 해요.
그래도 함께 있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취미는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이번엔 러닝, 다음은… 골프예요.
러닝보다 더 큰 간극을 마주했을 때
이번엔 또 어떻게 ‘함께하기’를 배워가는지,
다음 편에서 이어서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