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리 부부가 가장 잘 맞는 순간의 증거

연애부터 결혼까지, 4번의 해외여행에서 싸우지 않았던 이유

by 비코토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까지,
그 사이 저희는 네 번의 해외여행을 함께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


성격도, 보는 시선도, 여행 스타일도 꼭 같진 않은데
낯선 공간에 함께 있을 때면 오히려 마음이 더 가까워졌어요.


여행이란 게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저희 사이에 맞는 공기 같은 게 있는 건지,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게 저희만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여행 – 오사카와 교토

익숙한 곳에서 시작된, 처음의 여행


오사카는 제가 어학연수로 지냈던 도시예요.
혼자 살던 시절, 익숙하게 걷던 골목과 자주 가던 가게들.
그곳을 남편과 처음 함께 걸었어요.


“여기, 내가 자주 가던 카페야.”
“이 골목 끝에는 작은 신사가 있어.”


제 이야기로 채운 도시에서,
저희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어요.


남편은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걸 저에게 맡겼고
저는 계획 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연스럽게 제가 리드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비슷한 성향 덕분에 큰 불편함 없이
첫 여행을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돌아보면 그게 저희 여행 스타일의 시작이었어요.



두 번째 여행 – 홋카이도

마라톤과 응원, 서로를 위한 시간


두 번째 여행은 홋카이도였어요.
남편은 마라톤에 참가했고,
저는 전체 일정을 계획했어요.


관광지는 제가 더 익숙했고,
남편은 제가 짜둔 일정에 별다른 말 없이 따라줬어요.
대신 중간중간 남편이 지치지 않도록 쉬는 날도 넣었고,
좋아할 만한 장소도 일부러 포함시켰어요.


마라톤 날엔 결승점에 먼저 가서 기다렸고,
달려오는 남편을 보면서 열심히 응원했어요.


남편은 홋카이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참 기분이 좋아요.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했던 시간이었다고 느껴요.



세 번째 여행 – 후지산과 도쿄

넷이 떠났지만, 결국은 둘의 이야기


이번 여행은 남편 친구 두 명과 함께였어요.
남편 친구니까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제 입장에서는 신경을 많이 쓴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의 표정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왜 나보다 친구들을 더 챙기는 것 같지?”
말은 안 했지만, 그런 감정이 느껴졌어요.


사실은 남편 친구니까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남편에게는 다르게 전달됐던 거죠.


다행히 여행 중반쯤에 그걸 알아차렸고,
그때부터 다시 남편을 중심에 뒀어요.
남편도 제 마음을 이해해줬고,
결국 여행은 잘 마무리됐어요.


돌이켜보면, 이런 작은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도
여행에서 배운 것 중 하나였어요.



네 번째 여행 – 도쿄, 에노시마, 가마쿠라

같이 있지만, 따로인 시간도 편안한 사이


최근에는 도쿄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또 힐링하러 갔어요.

첫날은 친구와 시간을 보냈고,

그 이후엔 남편과 둘이 조용히 걷는 여정을 가졌어요.


에노시마와 가마쿠라,
바다를 따라 걷는 길, 조용한 거리, 느린 속도.
딱 저희에게 잘 맞는 여행이었어요.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여행 중에도 말 없이 통하는 순간이 많아졌어요.


여전히 저는 계획을 세우고
남편은 잘 따라주는 편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제가 주도하는 여행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늘 남편을 위한 배려가 있어요.


그리고 그걸 남편도 알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여행이 더 편하고, 더 좋아요.



다음 여행도 아마 일본일 것 같아요

익숙한 만큼 자주 갔지만,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거리들이 있어요.


저희는 원래 잘 맞는 사람이었던 건 아니에요.
대신 서로를 잘 맞추려고 노력해왔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낯선 거리에서,
서로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이 되는 경험.
그래서 여행이 좋고,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게 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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