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요?

집착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다시 묻는 관계의 기준

by 비코토

진짜 친구라는 게 뭘까.

존재는 하는 걸까.


이 질문은 한 때 끈덕지게 따라붙어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생 갈 친구를 만났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조용히 고개를 저을 것이다.


없다고 말하면 결핍처럼 보일까 싶다가도,

사실 그게 정말 불행을 가르는 기준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는 친구 관계에 매달리고 집착했다.

연락은 왜 항상 내가 먼저하는지.

나는 우리 관계가 이렇게도 소중한데,


혼자 서운해하고,

혼자 정리했다가,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연락하고,

또다시 기대하는 상황의 반복.

이런 상황이 켜켜이 쌓여 가다가

더 쌓일 수도 없을 만큼 위태롭게 높아졌을 때,

모든 관계에서 손을 놓았다.


동굴에 들어가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었다.


‘왜 저 사람은 나만큼 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나는 왜 이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까’로.

그 후로 친구를 평생의 단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

시기를 함께 지나는,

일종의 시절 인연으로 재정의하기로 했다.

여전히 예의를 지키고

진심으로 대하지만,

마음의 가장 안쪽은 내어주지 않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분명 관계가 가벼워지긴 했다.

연락의 빈도도 줄었다.


그런데 무언가를 계속 증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연이 하나 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고 위해주는 사람들과.


예전 같았으면

‘이 사람이 진짜 친구인가’를 따졌을 텐데,

지금은 그 질문 자체를 떠올리지 않는다.

대신 이런 느낌이 드는지를 살펴본다.

함께 있을 때 내가 불필요하게 애쓰고 있는지,

혹은 그냥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는지.


관계를 오래 끌고 가는 건

의외로 큰 사건이 아니라

이 작은 감각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우리는 왜 ‘평생’이라는 단위를

관계의 기준으로 삼게 됐을까.

변하는 게 당연한 사람과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관계를 전제로 두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는 관계가 있다면

그건 노력의 결과일까,

아니면 애초에 우연히 결이 맞아 떨어졌을까.

여전히 무엇이 맞는지 알아보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의 궁금증만이 남았다


적당한 거리와 기대 속에서 유지되는 관계와,

기꺼이 깊이 들어가 상처를 감수하는 관계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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