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하는 편지
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마음속에 그 감정은 존재하지만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느끼기도 전에 눌러두는 쪽이 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슬픔을 내리 누르는 힘이 안에서 가해졌다. 꾹꾹 담겨 응축된 마음은 갈피를 잃고 몸 안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아픈 곳도 없는데 열이 화끈화끈 오를 때도 있었고, 머리 위에 돌을 얹은 것 마냥 무겁고 띵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감각 이전에, 슬프고 힘들다고 말하는 게 불편하고 어색했다. 부모님을 걱정시키면 안 되고, 친구들에게 어두운 감정을 옮기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슬픈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을까.
그렇게 30년을 넘게 살아오다가,
당신을 만났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게 겹쳐서 좋았다. 나처럼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서 맘에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신도 나와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이었다. 무디기도 하고, 슬픈 감정을 표출하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당신과 한 해, 두 해를 보내 가면서 바짝 조여 놓았던 긴장의 끈이 약간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휘청거리고 흔들려도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받아주던 당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며 점차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감각을 배워 나갔던 것 같다.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바로 다음 해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얼마나 울었는지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고 눈가가 쓰려 왔다. 당신은 그런 내 옆자리를 조용히 지켜줬다. 위로의 말도, 북돋아주려 하는 행동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고마웠다.
묵묵히 나를 살펴주고 챙겨주던 당신.
당신의 곁에서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 마음을 가둬 놓았던 벽이 무너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당신에게 고맙고 또 감사하다.
울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한 사람이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