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여행은 외롭고 심심하지 않냐 물을 수 있는데, 나는 딱 반대의 성향이었다. 굳이 아쉬운 걸 꼽자면 음식을 종류별로 다 먹어볼 수 없다는 정도?
예전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했을 때, 그렇게나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예 다른 사람과 같이 여행을 간다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여행=나 홀로 떠나는 길.
특히 익숙한 우리말이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 들려오는 게 그렇게 좋았다.
문득 처음 홍콩을 갔을 적을 떠올려 본다.
시끄럽고 낯선 광동어가 왁자지껄 들려오는 길거리.
아무도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떠드는 말도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이상하게도 그런 낯섦 속에서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눈에 비치는 풍경도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왔다.
한쪽은 높고 반듯한 새 빌딩들이 빽빽했고, 다른 한쪽은 깜박거리는 오래된 간판과 벽들이 지난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완전한 타인 속에, 모르는 공간에 파묻힌 기분이 가쁘게 움직이고 요동치던 심장 박동수를 느릿하게 늦춰줬다. 그 낯선 군중 속에서야 비로소 숨을 가쁘게 내쉬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현실에서는
늘 누군가의 시선 속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해 설명하고,
기대에 부응하고,
누군가의 오지랖을 견디고.
굳은 어깨를 내려놓을 틈이 없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 잘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 밖으로만 나가면 달랐다.
이방인이어서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라,
이방인이라 편해졌다.
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순간이
그저 좋았다.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따스운 위로가 되었다.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랬다.
이방인이 된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혼자 여행을 다녔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