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조용히 흘러내린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것들만
가만히 들여다봐도
하루는 금방 지나갈 텐데.
처음에는 손바닥을 긁던
모래의 감각이
점점 무뎌져간다.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시선이 자꾸
발 아래를 좇는다.
수북이 쌓인 모래알이
유독 빛나 보이기 시작한다.
바닥에 흩어진 게
더 귀해 보이는 순간,
두 손 가득했던 모래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어쩌면 내가 잃어버린 건
모래알이 아니라
흐려진 초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