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2년쯤에서 멈췄을까

by 비코토

"자기는 왜 진득하게 좀 오래 붙잡고 있는 게 없어?"


아마 신랑은 무심결에 던진 말이겠지만, 나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생각치도 못하게 종이에 손을 베인 듯 쓰린 감정이 밀려왔다.


항상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물어 오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2년을 넘기지 못했다. 흥미가 생기고 좋다고 시작했지만 그 어느 것도 오래 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 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이 있었다.


나는 산만하고 끈기라고는 없는 걸까?




이것 저것 건드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진심이 아니었던 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깊이 빠져 들었다.


책이 좋을 때는 1달에 10권 넘게 읽고 리뷰를 적었다. 피아노가 좋을 때는 퇴근하고 학원 문 닫기 전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한 달에 홍콩 영화만 20편 넘게 본 적도 있었다.


내 관심은 하나만을 바라보진 못했을지라도, 무언가 시작하면 한동안은 내 생활 전체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에 관심이 생겼을 때 원서로 다 읽을 만큼 빠져들었지만, 그 열기는 1년이 채 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한참 뒤, 다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의외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 빨리, 그리고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독서가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진하게 남아 있었다.




피아노에서도 형태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몇 개월을 씨름을 해서 학원 연주회 독주까지 2번이나 나갈 정도였지만, 이것도 2년이 최대치였다. 예전 같으면 또 중도포기 하는구나 지레짐작하고 체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아노로 배워 음악적 지식은, 보컬 레슨을 배울 때 진도를 보다 빠르게 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 성향에 대한 고민이 끝에 다다랐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뭐든 중간에 멈춰버린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옮겨 붙은 건 아닌가 싶었다. 일시적으로 멈춘 것일 뿐 아예 내려놓은 건 아니지 않을까.


순식간에 확 타오르며 찬란한 빛을 내뿜고, 그 연료가 다시 채워질 때까지 잠시 다른 연소 거리를 찾아 다니는 게 바로 내가 아닐까. 다만 완전 연소까지 걸린 시간이 딱 2년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한다고 믿었다. 나같이 2년도 못하는 사람은 나약하고 끈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기간이 짧다고 해서 몰입을 하지 못하거나 마냥 얕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2년을 넘기는 일은 내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자책하거나 스스로는 몰아붙이지는 않을 테다.


다만 산만하고 집중 못하는 내 이름을 이제는 이렇게 바꿔주려고 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하게 타오를 불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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