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주냐고?

by 비코토

세상을 삐쭉하고 서늘하게만 보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밥 먹여주진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의 나에게는, 사랑이란 그저 내 마음을 소모하기만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때문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게 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나만의 나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봤다.

내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한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쩐지 말을 걸고 싶어졌다.

같이 자라가볼래?

우리는 밑거름을 나누기도 하고 비바람이 휘몰아 칠 때에는 서로의 피난처가 되어줬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그렇게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아니 확장되어 갔다.

여전히 사랑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의 반대말이 현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현실은 사랑이 있기에 겨우 버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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