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들기 시작한 마음은 힘을 잃고 떨어져나와,
허공을 한참 배회하다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때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마음은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피어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굳게 걸어잠근 빗장을 간질거린다.
끈질긴 두드림에 못 이기는 척
조심스레 싱그러운 파란 얼굴을 내밀어
바람에게 손짓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