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감각으로 느껴야 할 계절이다.
유독 짧게 느껴지는 봄에는,
정말로 시계가 더 빨리 움직이는 게 분명하다.
안 그래도 마음이 바쁜데,
꽃마다 피어나는 시기가 제각각이라
봄이 조각조각 나뉜 나 더 급한 기분이다.
그래서 더 급하고, 더 눈을 부릅뜨게 된다.
도톰한 잎에 진한 프리지아의 노랑과
여릿한 개나리의 노랑은 또 달라서
나는 모든 봄의 색을 놓치지 않고 다 느껴야만 하고,
이 예쁜 순간을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꼭 보여줘야 한다.
야외활동이 많아진 사람들의 웃음소리,
꽁꽁 얼었다가 드디어 녹은 물소리,
그 모든 걸 귀 기울여 들어야 하고.
햇살에 스친 향기,
피부에 닿는 공기의 결,
그리고 ‘시작’을 의미하는 봄의 뜻까지—
내 모든 감각의 해상도를 높여야 하는 계절.
3년 전이었나,
운전을 하다 문득 양옆 가로수에
잎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사실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그때 처음, 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챘다.
계절을 놓친 채 버티고 있던 시간.
나는 봄을 느끼지 못했고,
내 감정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때 놓쳤던 두 번의 봄까지도,
함께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늘 흘러가는 대로 살자고 말하는 내가,
3월만큼은 이렇게나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