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옆집에 삽니다.

바다는 그날의 하늘빛을 닮는다

by wona




바다 근처에 산다.

오션뷰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

얼마나 가깝냐면 해수면 상승 지도를 보면 우리 집은 없을 정도고,

해일 재난 영화를 보고 나면, 개 셋과 고양이 둘을

어떤 가방에 각각 넣어 옮겨야 할지,

차에 기름을 미리 넣어두었어야 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키가 큰 사람 기준으론 옥상에서 바다가 빼꼼 보이기도 해서,

‘빼꼼 오션뷰’라고 우겨보기도 한다.






서울 사람들이 한강을 좋아하듯,

나도 여전히 바다가 좋다.

하지만 여행자가 스쳐보는 풍경과,

매일 곁에 두고 살아가는 풍경은 같은 좋아함이라도 결이 다르다.




여행객은 바다의 가장 예쁜 순간만 본다면,

나는 그 바다가 흐리거나, 성나거나,

혹은 아무 감흥도 없는 날까지도 안다.

그렇게 오래 바라보는 건,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다.








계절마다의 바다는 다른 얼굴을 하곤 하는데,

내 마음이 어떤 선을 넘을 땐 계절보다 내 마음을 더 고스란히 비추기도 한다.

수심이 깊은 동해바다처럼, 내 마음도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어떤 파동이 일면 수면 위로 조용히 드러나나보다.


어쩌면 오늘처럼,

내가 바다를 일부러 찾아오는 이런 날엔—

그 바다가 아니라,

그 안쪽에 가라앉아 있던 마음을 마주하러 오는 것 같다.



짓궂기만 한 봄이라 그런지, 내 마음 때문인지, 오늘의 바다는 거칠고 냉랭하기만 하다,

그래도 다시 찾게 되는 그날엔

조금은 포근한 바다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고요 속에서 어느새 밀려온 해답.

그저 표현이 예뻐서 담아두었던 문장.


바다빛이 유난히 맑았던 날

해안도로를 함께 거닐다가,

“바다는 그날의 하늘빛을 닮는다”는 엄마의

동해바다, 간절곶, 나사리해수욕장—

이름도, 가는 길도, 바위도, 등대도 변하지 않는 많은 것을 품고 있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그때그때 담은 바다의 빛과 기운은 매일이 달랐다.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의 온도가 다르듯,

내일은 또 다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 맑은 바다,

그리고 나를 안아주는 바다도 다시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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