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식당에서 조용히 위로받았다.
소식가도 맛있는 건 따지게 된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이 식당은
어딘가가 투박하고, 조용하면서 단정하다.
오늘은 묘하게 더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냥 밥 한 끼였는데, 괜히 마음이 풀리는 날이 있다.
유난히 습하지도, 덥지도 않은
초여름의 바람 좋은 날.
에어컨 없이 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공기 안의 서늘한 숨결이 감돌던 오후였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목 뒤를 조용히 스치고 지나가는데,
잠깐… 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 장면이 떠올랐다.
햇빛도 바람도 음식도,
모두 설명 없이 곁에 있어주는 장면들,
짙은 나뭇결이 가득한 공간은
요즘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좋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바닥은 반질하게 닦여 있었다.
곳곳에 다육이와 오래 키운 화분들이 사람 사는 집 같았다.
비빔밥이냐 칼국수냐,
이 식당에 오면 늘 같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이 식당은
한쪽을 골라도 다른 한쪽을 작은 그릇에 꼭 담아준다.
비빔밥을 시키면 작은 칼국수가 나오고
칼국수를 시키면 작은 비빔밥이 따라온다.
그게 꼭,
나 같이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용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결국 1점 차로 비빔밥이 이겼고
곁들여 나온 칼국수가
내 마음속 결정을 살짝 토닥여주었다.
더 뜨거운 여름이 되면 그 칼국수 자리에
오이냉국이 나오는데,
또 한 번의 배려를 받는 것 같아 그 작은 변화도 괜히 고맙다.
반찬은 많지 않지만 충분하다.
주인장님은 시크한 표정과 말투를 지니셨는데,
나는 그 안에 묻어난 속 깊은 배려가 분명히 느껴진다.
늘 잔잔한 휴먼다큐멘터리를 틀어두는 것도 묘하게 정겹다.
손님이 아닌 살짝 들른 이웃의 식사 같은 분위기.
사실 그 어떤 이유보다
나는 이 집의 음식이 참 맛있다.
양이 적은 나는
괜한 아쉬움 때문인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꼭 주변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오늘도, 내 몫의 식사를 마치고
단돈 만 원짜리 양념장 하나를 사서 나왔다.
오늘 저녁은 열무비빔밥과
텁텁함을 뺀 맑은 된장국을 끓여 먹어야겠다.
가방 속에 작은 병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왠지 마음까지 든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