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 않고 다정한 사람.
우리는 때때로 ‘관심’과 ‘다정함’을 헷갈린다.
당신이 오늘 뭘 먹었는지, 어디서 뭘 했는지, 요즘 어떤지 묻는 일이
다정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런 말들이 ‘참견’이나 ‘통제’로 느껴질 수도 있다.
프로 다정러는 모르는 걸 억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가 말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궁금해도 한 걸음 물러나,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
어쩌면 그게, 상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생각이 많아질 때
“왜 그래?”, “괜찮아?”보다는
“지금 말 안 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훨씬 더 깊은 안정감을 줄 때가 있지 않았나?
다정함은
상대를 위한 여백을 남겨두는 일 같다.
모든 걸 이해하려고 덤비기보다는,
다 알 수는 없어도 곁에 있겠다는 마음.
그 여백에 따스함이 채워진다.
아끼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많은 말보다 더 필요한 건
세상의 소란을 막아주는 조용한 존재가 되어주는 일.
그리고, 그 사람의 침묵을 들어보는 마음.
다정함은 기질이 아니라, 태도이자 연습이라서
누구든 다정해질 수 있지만,
그 다정함을 오래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다정함의 기술은 큰 행동은 없지만 의외로 오랜 습관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나는,
묻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키기로 한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여기, 묵묵히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