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전 글을 작성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체감상 4년 지났다.
이전에는 여러 생각들에 빠지더라도 공부해야 해.. 시험 봐야 돼.. 등 당장 눈에 보이는 끝이 있기에 그 기한에 쫓겨 생각을 중단할 요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서 더욱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생각 정리와 기억용? 나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함?
군복무 시절 나만 보려고 하는 일기를 썼었는데, 몇 달 쓰다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난 이걸 왜 작성하고 있지? 정말 생각 정리와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일까? 아니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며 작성하는 것인가?
그 당시 결론 내진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갔었는데,
지금 보면 그때는 정말 전자만을 위한 것이었고,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며 작성되는 글은 불특정하더라도 마음가짐과 글의 내용이 달라짐을 깨달았다.
이전에 글을 쓰고, 한 번 읽어달라고 링크를 줘보니 작성된 글에 대한 무게와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글을 작성하면 확실히 내 생각이 구체적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좀 단단해진다고 해야 하나.
거창하게 말하면 정체성이 생긴다? 후.. 두 번째 글 쓰면서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이건 다음에 얘기하자.
아무튼 위의 문단은 글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었는데, 아래와 같은 경험을 통해 글을 작성하는데 부담이 좀 덜어졌다.
*LLM(Large Language Mode): ChatGPT, Gemini, Claude 등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을 하며 인생에 대해 많이 고민하다 보니,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마침, 평소 좋게 생각하는 직장동료가 북스테이 숙소를 추천해 줬는데, 예약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바로 예약해 버렸다.
특이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 알게 된 방법 등을 적어 문자를 드리면, 예약 확정을 회신받을 수가 있었는데, 왜인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쉬면서 책을 읽으러 갔는데,
숙소에는 벽에 붙어있는 메모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방명록 책 등 수많은 글이 작성돼 있었다.
책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몰입했는데, 누군가의 방명록을 읽으며 위로받고, 미소 짓고, 응원했다.
이들도 누가 읽게 될지를 가정하고 글을 쓴 것은 아니겠지.
그냥 본인의 이야기를 작성한 것인데 읽는 것만으로 그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아직 회사에 소속돼있고, 휴가 중인 상태이다. 한 일 년 반 동안 일하다가 이 주 정도 출근하지 않았는데, 벌써 편안해져 부정적인 감정들이 와닿게 기억나지 않는다. (만병통치약은 역시...)
이럴 줄 알고 메모장에 적어놨지. 보통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후후..
아침마다 눈을 뜨면 한숨이 나오고 정말 감정 없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몸을 일으키고 회사 갈 준비를 했다.
난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은 무뎌지고, 자극에 둔해졌고, 주위에 연락도 잘 안 하게 됐다.
무서웠다. 이런 감정들 또한 몇 번 느끼다 보면 묽게 탄 먹물이 종이에 스며들 듯 어느샌가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가 되고, 그게 나 그 자체가 될까 봐.
운빨일지언정 아직도 안 넘어졌고, 그냥 살다 보니 여기고, 밥벌이는 잘하고 있고, 또 한 번의 계절은 끝나가고, 새로운 이름들은 날 지나간다.
난 왜 이것만으론 만족을 못 할까 쩝… 순간순간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아야 하는 걸 아는데, 회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혀서 압도되는 기분이란 흠…
회사에 퇴사 의지를 전달하기 전에 여러 사람과 연락하고, 만나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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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세상은 넓고 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그냥 관성대로 해왔던 걸 계속 비슷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회사원들도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소수였고, 각자 꿈이 있었다.
이때 느끼게 된 게, 보는 것만 보고, 하던 것만 하면서 살면 변화가 없고 그게 세상 전부가 되는 것 같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난 이제야 다른 세상이 재미있고 멋있어 보였다.
어떡해 그럼, 가봐야지. (이래 놓고 다시 회사원 될 수도 ㅋㅋ)
그래도 인생의 큰 선택의 순간인 것 같아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학원 수학 선생님께 연락드렸다.
니가 중요해. 진짜로
맘껏 살라는 게 아니고
눈치 보고 살지 말라고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갖지 마라
지금보다 나아야 한단 생각하지 마
아침에 눈 떴을 때 행복하면 된 거야.
눈뜨고 하~~~ 하고 한숨 나오면 아닌 거고.
지금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 노노,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건 없어.
니가 퇴사하든 안 하든 계속 고민하고 선택해.
한 번 결정한 게 계속 유지되지도 않고 어떤 선택을 해도 또 계속돼.
전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많고.
허허.. 정말 존경하기를 중단할 수 없다. 얼마나 행운인가 나는
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응원해 주는 사람도 정말 많구나..
삶이란 무엇인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여정, 운이 좋아 발견한다면 즐기다 가는 인생..!!!
사실 난 이제 퇴사했으므로 이 선택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내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지금은 단순히 나라는 사람 자체의 근본적인 가치를 높이고 싶다.
퇴사 소식을 전하니 감사하게도 여러 사람이 책을 선물해 주시고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회사 생활 중에 읽고 싶었던 책들도 구매만 하고 쌓아놔서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내 책상 옆에는 열 권 정도 쌓여있다. ㅎㅎ;;;;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언어 공부도 하고, 코인 공부도 하고, AI도 활용해 보고, , , 등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이런 작은 것들, 사소한 것들이 쌓여 나를 형성한다고 믿는다. 이것들을 하다 보면 다음 길이 보이겠지.
내가 지금 선택함으로써 얻은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하다.
삶이라는 아이의 체중은 점점 불어날 것이고, 언젠간 혼자서 대부분을 지탱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이 아이가 너무 무겁지 않고, 업고 뛰어다닐 수 있겠다고 견적 냈다.
그럼 이리저리 오가며 둘러볼 수 있잖아.
돌아가는 길도 돌아가는 길만의 경치가 있다고 믿는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단순한 1점은 사소할 수 있지만, 흐름을 바꾸는 1점은 사소하지 않다. 100점짜리 1점.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내가 인생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순간일 거야.
셀장님 면담.. 부장님 면담.. 인사팀 면담..
뭐가 됐든 저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못 왔으면 몰랐겠죠!!
내 주위에 남은 내 사람들을 위해, 내 주위엔 아름다움이 함께하기를
1. 평소에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우 깍듯이 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퇴사 확정이 되고,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로 회사 사람들에게 좀 친근하고 내 기준에서 사회생활 하지 않고 막 대해봤다.
웬걸, 다 받아주고 오히려 나를 더 편하게 대해주어 재밌었다.
너무 혼자 겁먹고 모두에게 깍듯이 하고 어려워했나 보다.
다음 집단에 소속된다면 가볍게 힘 빼고 다가가 봐야지.
2. 어렸을 때 겪어야 했을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미룰 수도 있지만 인생은 참 짧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dfs 알고리즘처럼 모든 걸 해볼 수도 없고 ㅋㅋ.. (심지어 이것도 잘못하면 *스택오버플로우가 남 ㅎㅎ;;)
막연히 오래 사는 것을 가정하고 있지만 나에게 어떤 일이 다가와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지 않은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일이 예정돼 있는지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서 시간의 체감속도가 많이 다르다. 정말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dfs: 가장 깊은 곳까지 방문하고 아니면 다시 돌아오는 완전탐색 알고리즘
* 스택오버플로우: 사용 가능한 메모리 영역을 초과하여 발생하는 에러
3. 나는 과연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살아갈까.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응원하면서 지켜봐 주세요~~~~~~!!
건강, 행복, 단단한 내력, 여유
꽉 찬 한해를 기원하며.
Happy New Yea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