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와 연애의 공통점

by 해야


중고거래와 연애는 닮았다.


성사될 거래는 대화의 시작부터 판매 순간까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 대화도 적당한 속도로 오가며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스케줄을 잡는데 지지부진하지 않다. 일정을 계속 조율할 필요 없이 모든 것에 막힘이 없다. 만나는 당일이 되어 최종 확인까지 깔끔하다. 변동 없이 정해진 시간, 장소에서 만나 쿨거래를 하고 깔끔하게 헤어진다.


이 중고거래가 결국 어그러지겠구나 싶은 건 일정 조율이 흘러가는지를 보면 금세 알게 된다. 지금까지의 무수한 중고거래를 했지만 이 가설에서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100퍼센트의 확률인 것이다. 처음에 스케줄을 정하고 대화가 끝난다. 그리고 꼭 일이 생겨서 약속이 미뤄진다. 한 번 미뤄지는 경우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사람 사는데 변수야 항상 있으니까. 하지만 그 변동이 두 번 이상이 되는 순간 아, 이 거래도 끝이구나 예감이 온다. 계속 날짜와 시간을 조정하지만 만남에 애를 쓸수록 만나기 어려워진다. 약속 변경 두 번이 세 번이 되거나 당일에 일이 생겼다며 몇 시간 전에 취소를 하거나 당일에 갑자기 연락이 안 되거나 심지어 노쇼를 하거나. 이게 중고거래와 연애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애쓸수록 잘 되지 않는다. 잘 될 일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월요일인 오늘까지 총 3건의 중고 판매가 예정되어 있었다. 토요일에 만나기로 한 사람은 무리하게 동선을 끼워 맞춰 어떻게든 만나려고 했지만 서로 엇갈린 것 같았다. 오전 9시 반부터 12까지 어디 어디 카페에 일정이 있어 네가 혹시 들릴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라고 했는데 12시에 도착이 불가능한 시간에 출발한 구매예정자. 하루 종일 이동해야 했던 일정이어서 이동하며 몇 번 장소를 바꾸고 최종 변경한 장소로 향했다. 배터리가 별로 없다던 구매예정자는 15분 후 도착이라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 후 연락이 뚝 끊겼다. 배터리가 끊긴 것 같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이십 분 넘게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


지난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두 번째 구매 예정자는 약속 당일 아침이 되자 시간을 미루자고 하더니 결국은 약속을 취소했다. 토요일, 다시 일요일로 일정을 잡으려 했지만 일요일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어떠한 스케줄의 변경 없이 순조롭게 약속을 잡았다. 처음 대화를 시작하고 약속도 빠른 시일로 잡혔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제 모든 스케줄을 확정하고 오늘 약속 당일이 되어 아침에 최종 확인 연락을 보냈다. 그때부터 연락이 없다. 약속시간이 10분 남을 때까지 답이 없다. 문자는 다 읽음인데 말이다. 그렇게 거래는 파투가 났고 약속시간이 일곱 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미안하다며 다시 시간을 정하자는 답이 왔다. 난 답을 하지 않았다. 이것도 연애와 참 닮지 않았나. 첫 만남이 너무 좋았다고 안심하는 순간 바로 뒤통수를 맞는다.


중고거래도 연애도 너무 애써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일은 결국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연애 시작의 성공이 행복한 연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정확히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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