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놓고 보면 별거 아닌데, 나 왜 고민했지?
독립을 고민한 세월이 자그마치 만 3년.
하고자 하면 할 이유가 생기고, 하지 않고자 하면 못할 이유가 수백 가지 생긴다.
나의 독립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이유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돈이다.
대학 재학 중에 아빠의 사업장이 부도가 나서 가세가 기울고 엄마와 아빠의 사이도 기울었다. 부모님은 살고 있는 집을 팔아 급한 빚을 해결하셨고, 별거를 선택하셨다.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나는 셋이서 방 2칸짜리 낡은 옛날 아파트에 월세살이를 시작했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다가 처음 사회로 내던져진 엄마는 당연히 경력이 필요 없는 단순 노동직을 하셨고 그 벌이는 월세를 내가며 세 식구가 살기에 빠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커리어나 꿈보다 현실에 맞춰 선택한 직장은 꽤 보수가 높았다. 한 달중 15일 동안 야간 당직을 서야 했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 병원의 당직실에 가만히 누워서 고민했던 밤들이 떠오른다.
내가 이렇게 돈을 버는데도, 독립이 너무 하고 싶은데도, 쉽사리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가 내고 있는 집의 월세와 내가 독립하면 나가게 될 월세만 합쳐도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니까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나갈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그냥 그 돈을 엄마에게 주는 게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엄마의 돈과 내가 모은 돈을 합쳐 우리 가족의 집을 장만하고 나서야 나는 독립을 할 수 있었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고 가끔은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우려하던 것들은 저절로 해결되었다.
나 없이 엄마 혼자 살면 외롭지 않을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집안일을 하고 식사를 해결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지, 돈이 너무 많이 나가서 저축을 못하지는 않을지.
엄마도 혼자의 삶에 익숙해져 싱글라이프를 즐기게 되었고, 일과 집안일을 병행할 나만의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으며, 돈은 좀 들어도 대신 옷이나 가방을 덜 사면 그만이었다.
요즘 평화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거 이렇게 까지 고민할 일이었을까?'
그냥 하면 되는 걸,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을까?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더 감사하다.
이 세상 많은 일들이 나의 독립과 같지 않을까?
할까 말까 고민할 때에는 온갖 변명과, 이유와, 설명들이 뒤 따른다. 그런데 막상 시도하고 나면 '어라, 그냥 하면 되는 거였네!' 하는 순간들이 온다.
나에게는 브런치도 그렇다. 2016년과 19년도에 작가 신청을 했었다가 떨어진 기억이 있어서 브런치 작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최근 정성껏 글을 써서 도전했더니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된 지 이틀 만에 다음 포털 메인에 내 글이 소개되어 조회수가 8000을 넘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다.
'하면 되는구나.'
브런치 작가에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내 글이 아무에게도 안 읽히면 어쩌지? 이런 고민으로 보낼 시간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쓰고 발행을 하면 되는 거였다.
독립을 고민할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독립할 돈을 모을지 계획을 짜고 부동산에 가서 집을 보고 계약하고 이사하면 되는 거였다.
해놓고 보면 그리 대단치 않다.
독립도, 브런치도,
그 어떤 것도 그냥 먼저 시작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