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짧은 글 : (정)답이 없는 세상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한 탓에
머리로 하는 알바를 많이 했다.
꽤 오랜 기간 과외 선생님이었고,
적잖이 많은 시간을 조교로 보냈다.
해가 지나가도 매년 어김없이,
꾸준히 나타나는 빌런들이 있다.
바로 답안지 빌런이다.
답안지 빌런은 아래의 두 케이스로 나뉜다.
하나.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답지를 그대로 베껴오는 자
둘.
숙제를 살짝 시도해보고
답지를 보고 "아 이거 아는 건데"라며
답지를 베껴오는 자
내게 선생님 완장이 있을 때
숙제를 답지와 함께 해오는 친구들이
싫었던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였던 듯하다.
하나.
숙제는 학생과 한 약속이다. 그런데 학생은 그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 즉, 약속을 어겼다.
둘.
나도 학생 시절에 '잘못된 일이다'라고 배웠기에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럴 싸 해 보이나
두 번째 이유는 관습이고 관성일 뿐
why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지 못했던 듯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학업과 멀어진 어느 날
답지를 보는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지
그 두 번째 이유에 대한 why를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니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틀린지는
스스로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라도 '틀릴 수 있는 답'으로 남게 된다.
학창 시절에
문제를 골똘히 고민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은
이후에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적용될 수 있는 능력으로 자란다.
그 연습들이 쌓여, 모든 문제에 대해
조금은 더 나은 '해답'으로
더 다양한 '해답'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나는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답지에 기대지 않고
고민 많은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유의미한 거름이 이 될 것이라
감히 생각하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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