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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 Oct 31. 2021

비행기

내 안의 결핍을 채워주는 비행기



대중교통에는 고속열차,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고속열차나 지하철은 예정된 시간에 맞춰 역과 역 사이를 이동할 때 편하고, 버스나 택시는 역과 레일이 없는 곳까지 구석구석 찾아갈 때 편하다. 이렇듯 각 대중교통은 각자만의 매력이 있는데,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대중교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비행기를 가장 좋아한고 말하고 싶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이륙할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전정기관이 느끼는 중력에 대한 정보와 시각의 정보가 매치되지 않는데에서 오는 미묘한 긴장감을 좋아한다. 탑승 후 눈을 감고 제트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이륙을 할 때면 몸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전정기관의 감각은 내가 이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이륙한 후 눈을 떠 내 정면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기내 좌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막상 내가 움직이는 비행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전정기관과 시각을 통해 얻는 정보들이 각각 매치되지 않으면 멀미가 올 법도 한데, 오히려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하지만 이런 감각적인 이유만으로 비행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비행기가 기차나 차처럼 레일이나 도로에 구속되지 않아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자신의 전력을 다해 먼 거리를 단숨에 날아가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기차는 땅에 붙어있는 레일 위를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차 또한 도로 위 각종 변수들로 인해 이동이 제약된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하늘을 이용한다. 정해져 있는 하늘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비행기가 동시에 이동해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력을 다 해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를 좋아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대답에 불과한 것 같다. 누군가 말하길, 내가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혹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비행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행기를 통해 내가 충족하고 싶은 결핍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타당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 나의 포텐셜과 능력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비행기를 통해 드러난 것 같다.


 지금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는 명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비유로 표현하자면 나라는 비행기가 고장 난 건지, 고장이 났다면 어디가 고장 난 건지, 내가 있는 환경인 공항에 문제가 있는 건지, 나와 관련된 사람들인 관련 스태프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기상 상황이 문제인 건지. 생각해 보면 비행기도, 공항도, 스태프도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 문제가 있다면 기상악화인 것 같지만 이게 언제 끝나는지 잘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기상악화가 진행되어 언제 끝날지 기미는 안 보이지만,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으니 비행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심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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