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취미로 미적분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SNS에서 간혹 올라오는 쉬운 미적분학 문제를 한 두 개 풀다가, 막히는 문제를 몇 개 보고 체계적으로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
개인적으로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빠르게 답을 내야만 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빠른 시간 내에 답을 도출해 내기를 원하는 수능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내게 고역이었고, 대학에 들어와서 배운 미적분학이나 공업수학은 수능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생각하고 사유할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게다가 진정 수학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학우들을 볼 때마다 감탄과 동시에 나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 수학은 싫지만,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생각하는 수학은 좋다. 잘하고 못 하는 것을 비교하지 않고, 더 이상 수능점수나 학점에 목을 멜 필요가 없는 수학. 망망대해에 돛단배 하나 띄워놓고, 유유자적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수학. 이제는 점수에 상관없이 남는 시간을 통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수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3.
미적분학을 처음부터 공부하다 보니 함수의 평행이동 부분이 나왔다. 고등학교 때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워 일단 외우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봐도 여전히 원리를 스스로 납득할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해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스스로 정복해 보겠다는 일념하에 꾸준히 생각했다. 씻으면서도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생각하고, 산책하면서도 생각했다. 그 결과 드디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이게 이해가 안 가 2주 가까이 고민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틀 만에 끝났다. 아무래도 (다 잊어버리긴 했지만) 공업수학까지 다 배웠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이 조금 더 길러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4.
예전에는 못 했던 것을 스스로 해 낼 수 있게 되면, 그 기쁨은 크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미적분학에서 이러한 기쁨을 여럿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