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를 함께한 내 핸드폰은 요즘 부쩍 버벅거린다.
여러 번 떨어뜨렸고, 처음부터 중고였으니
지쳐버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새로 바꿀 생각은 없다.
무슨 기종이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교체 과정은 생각조차 귀찮다.
그저 오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이렇게 무심한 나도
한 때는 최신폰을 간절히 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왜 그토록 애타게 원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정말 간절했다.
그 당시 그 핸드폰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기능들을 뽐냈고,
광고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즐겁게 웃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홀렸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넌지시 말했다.
"요즘 폰 진짜 좋더라"
그러다 결국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엄마, 나도 갖고 싶어, 제발"
아빠는 성적이 오르면 사주겠다고 했다.
그 말은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였다.
원하던 성적표를 받았을 때는 이미 내 손에
그 반짝이는 사각형이 들려 있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막상 성적을 올리자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 네 나이에 쓰기에 과해"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울었고, 소리쳤고,
끝내 "왜 약속을 어기냐"며 매달렸다.
결국 부모님은 지갑을 열었고,
내 손에는 그토록 원하던 새 기계가 들어왔다.
교실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이었다.
드디어 손에 넣은 그 핸드폰.
처음 며칠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화면을 스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친구들의 부러운 눈빛은 그 기쁨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열기는 금세 식었다.
그토록 나를 현혹하던 그 기능들은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고,
남은 건 미안함이었다.
부모님이 비싸다며 망설이던 물건을
떼를 써서 얻어냈는데, 정작 나에겐 그리 필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 허무는 생각보다 오래 내 안에 남았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사이,
나는 달라졌다.
울고불고 떼쓰던 아이에서
"너 아직도 그런 폰 써?"라며 놀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아이로.
아마 그때 느꼈던 실망과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성인이 된 뒤에도 나는 늘 한두 세대 지난 모델을 골랐다.
내게 필요한 기능은 한정돼 있고,
굳이 최고 사양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핸드폰에 관해서는 이제 나에게 명확한 기준이 있고,
나는 그 기준 외의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아쉽게도,
이런 명확한 기준을 가진 영역은 아직 많지 않다.
인생 전체 앞에서는 여전히 흔들릴 때가 많다.
손에 꼭 쥐고 싶은 무의미한 것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것이 진짜 필요한 건지, 금세 흩어지는 물거품인지 여전히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잠시 멈춰 설 수 있다.
그 반짝이는 사각형을 쥐고도 느꼈던 허무함을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도 그때처럼 금세 시들어버릴 충동은 아닐까?"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해도,
적어도 이제는 질문할 줄은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씩 되짚어보고, 멈춰 서고, 살펴보면서
나는 조금씩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