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했지만, 남아있지 못했다.

by 글쓴이 김해윤



그 자리에 무언가 있었는데



늘 지나던 길가 상가 앞에

어느 날, 임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제야 나는 멈춰 섰다.

'여기가 무슨 가게였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수십 번도 넘게 지나쳤을 텐데.


간판도 내부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일상 속에 존재했지만,

내 기억 속엔 남아 있지 못했다.


어쩌면 그 자리는

자신을 봐주고, 기억하길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내 의식의 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사라졌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



나 또한 누군가의 풍경 속에서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카페 옆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


분명 그들의 하루 속에 있었지만,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 존재.


사실 그건 서운하지 않다.

모든 사람을 기억할 순 없으니까.




기억에 남고 싶을 때



하지만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고 싶은 날이 온다면.


다가서려 애쓰다

결국 떠날 수밖에 없을 때.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이 문득 멈춰 서서


"누가 있었는데, 누구였더라"


그렇게 중얼거린다면,

그건 조금 서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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