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니, 어느새 가을이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나는 그 흐름에 그저 떠밀려간다.
올해 초 세운 계획들은
이룬 것도 없이 흩어졌다.
허무한 감정에 한 해의 끝을 미루고만 싶은데,
역설적이게도 계절의 끝인 겨울을 기다린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면서도
여름의 무더위를 지나온 지금,
뺨에 스치는 선선한 바람이 반갑다.
그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있기에
바람의 결이 달라지면 겨울이 기다려진다.
차가운 공기 속에 꺼낼
두툼하고 포근한 이불.
머그컵에 담긴
따뜻한 핫초코 한 잔.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우동 한 그릇.
창밖은 차갑지만
내 공간은 따뜻한 그 순간을 좋아한다.
참 모순적이게도,
시간은 멈췄으면 좋겠고,
겨울은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