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모아둔 돈으로 보증금을 내고
일하며 번 돈으로 월세를 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얻은 첫 번째 방이었다.
직장 근처의 작은 원룸 한 칸.
항상 혼자만의 공간을 꿈꾸던 나에게
그 방은 작지만 충분히 넉넉했다.
읽고 싶던 책, 좋아하던 소품,
밤마다 은은히 빛을 비춰주던 조명까지
내 취향으로 가득 채운 그 공간은
곧 나 자신이었다.
작은 방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던 어느 날.
퇴사를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작은 방에서
정말 많은 이삿짐 상자가 나왔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며
팔과 다리에 힘이 빠졌다.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 이렇게 많은 걸 쌓아두었을까.
그날 이후로
나의 공간을 예전처럼 가득 채우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정말 필요한 걸까?"
"자리를 차지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나는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웠던 공간을 좋아했다.
그때의 나에겐 그게 필요했고,
그 물건들 하나하나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채우지 않아도 그 공간은 여전히 나의 것이라는 걸.
나는 이제 비움 속에서 더 자유롭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