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by 글쓴이 김해윤



예전엔 청소가 큰 행사였다.

날을 잡고, 마음을 다잡아

하루 종일 방을 손보았다.


정리하고, 버리고 난 후의

방을 바라보면 뿌듯했다.

한 번에 바뀌는 게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서랍 한 칸, 옷장 한쪽, 화장대 한 구석.

조금씩, 한 켠씩 정리한다.


힘들이지 않고 치우다 보면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

어느새 방이 깔끔해져 있다.


이제는 한 번에 바꾸는 것보다

천천히 바뀌는 게 더 좋다.


방을 정돈하듯

내 삶도 한 번에 바꾸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씩 부담 없이.


서랍을 정리하듯, 삶 구석구석 살피며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기며

또 새로 채워 넣기도 하면서


그렇게 언젠가.

괜찮은 하루 속에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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