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준 짜증과 삼켜버린 사과

by 글쓴이 김해윤




더운 여름날의 실수



더운 여름날 오후였다.


차가 필요해 아빠에게 연락했더니,

지금 친구 가게에 있으니 필요하면 와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차 키는 앞바퀴에 두세요."

나는 그렇게 부탁했다.


집에서 그곳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걸어가다 드디어 차를 발견하고

바퀴 주변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앞바퀴, 뒷바퀴, 네 군데를 다 찾아봐도

키가 없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자마자 말이 튀어나왔다.


"키 어디다가 두신 거예요?"

목소리에 짜증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빠는 잠깐 당황한 듯 말했다.

"차 안 의자에 뒀는데.."


아빠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차 문 한 번 열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왜 바퀴 주변만 찾았을까


통화 너머로 아빠의 기분이 상한 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고 차 문을 열어보니 운전석 의자 위에 키가 놓여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앉아서 후회가 밀려왔다.




미안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짜증은 참 순간적이다.

갑자기 왈칵하고 올라와서 뜨거운 물처럼 순식간에 끓어오른다.


그 열기를 견디지 못해 터뜨려버리고 나면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나도 누군가의 짜증을 받으면 불쾌하면서

내 감정을 쏟아낸다.


그런다고 후련해지는 것도 아닌데,

그 잠깐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짜증은 그렇게도 쉽게 나오면서,

왜 바로 뒤따라오는 미안한 감정은 속으로만 삼켜버리는 걸까.




그 잠깐을 참는다는 것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

사소한 일에는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나도 좀 자랐으니까

이제 조금 더 여유로워졌을 거라는 기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나는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린다.


잠깐 스쳐가는 일이었는데도 일상을 보내다가

짜증을 낸 그 순간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미안하다고 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짜증이라는 감정은

생화처럼 금세 시들어버리는데,


그로 인한 후회는

말린 꽃처럼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완벽해지지 못하더라도 다음엔

그 순간을 좀 더 견디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그리고 실수했다면

그때만큼은 '미안하다'라는 말을 더 늦기 전에 건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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