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도 아닌 날의 연락

by 글쓴이 김해윤


망설이던 손 끝



인턴 시절,

유독 가까운 동료가 있었다.


일이 끝나면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주말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내가 월세방을 구한다 하니,

기꺼이 함께 발품을 팔아주기도 하면서


바쁘고 힘들던 시절,

우리는 서로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인턴이 끝나고 계절이 여러 번 바뀌자,

연락은 차츰 뜸해졌다.


가까웠던 사이도 4-5년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점점 희미한 기억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창에 생일 알림으로 그 친구의 이름이 떴다.


연락할까 말까

손가락이 키패드 위에서 맴돌았다.


나는 여전히 그 친구를 좋아하지만,

그는 나를 이미 지나간 인연쯤으로 여길까 두려웠다.


무심한 반응에 상처받느니,

차라리 연락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건네진 안부



그렇게 한두 달쯤 흘렀을까.

뜻밖에도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아무런 이유도, 특별한 사건도 없이.

"잘 지내?"라는 짧은 인사로.


나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고맙다고, 사실 보고 싶었지만 연락하지 못했다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결혼 소식을 전하려는 걸까?'


서른을 넘기며 오래만의 연락이

그런 소식으로 이어진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아니기를 바랐다.

반가운 마음이 다른 목적에 가려질까 두려웠다.


다행히도,

그저 오래간만에 내가 보고 싶어 연락했다고 말한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서로의 안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생일이라는 명분이 있을 때도 보내지 못했던 연락은

그 친구는 아무 날도 아닌 날에 건넸다.


시간은 많은 것을 멀어지게 하지만

그 짧은 인사가 우리의 거리를 다시 좁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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