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해 보이는 도우
정성스럽게 올려진 토핑들
화덕에서 구워 그을린 자국까지
겉보기에는 완벽했지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나는 살짝 실망했다.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보이는 것만큼의 맛있음은 아니었다.
친구가 말했다.
"이전에 갔던 화덕피자집 생각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나도 막 그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걸렸던
그 작은 화덕피자집
정확한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먹고 있는 것보다는 분명 맛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맞아, 거기 진짜 맛있었는데."
친구가 말했다.
"우리한테 피자의 스탠더드가 생긴 거야.
그걸로 이 맛은 어떻다 평가할 수 있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우리가 여러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한테 우리만의 기준이 생겼다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학창 시절 떡볶이와 급식으로 시작해
어느덧 30대가 되어 다양하게 확장되어 있었다.
그 변화가 새삼 즐거웠다.
처음에는 '맛있다.', '별로다' 하며
개인적인 판단만 있었을 텐데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공통된 잣대가 생겨있었다.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쌓이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그 맛"이라는 게 생겼다.
그리고 그 척도들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 그 느낌 알겠어"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함께한 순간들이 축적된 결과였다.
식당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화덕피자는 아쉬웠지만
오늘 얻은 건 그보다 훨씬 소중한 무언가였다.
"그 화덕피자집도 다시 가봐야겠다"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