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도로 옆,
한쪽에 저수지가 있었다.
넓게 펼쳐진 물길은
내 눈에는 언제나 바다처럼 보였다.
해가 저무는 저녁이면
석양이 수면 위에 길게 번져 붉은 바다를 만들었다.
나는 그 길을 좋아했다.
잠깐이나마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들어서
하루의 시작과 끝,
작은 여유를 얻는 구간이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름이 궁금했던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지인과 대화를 하다 알게 되었다.
'아, 거기 보통리 저수지 말하는 거야?'
익숙함 속에
불쑥 들어온 낯섦.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의
본명을 뒤늦게 알게 된 기분이었다.
이름이 주는 평범함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내게는 언제나 특별한 바다였는데,
이름만 보면 그저 흔한 보통의 저수지라서
오랫동안 그 길을 다니며
이름조차 몰랐다는 게 신기했다.
사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좋았으니까
나는 이미 그 물빛에 위로받았고,
바다를 닮은 풍경을 즐겼다.
어떤 것들은 이름이 없어도 빛난다.
굳이 규정하거나 불러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다가와 나의 마음을 채운다.
더 알았다고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특별했기에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