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을 오늘로

by 글쓴이 김해윤



미루던 나날들



엄마의 계획표에는 늘 '나중에'가 적혀 있었다.


"그거 보고 싶은데, 일이 끝나고 나서.."

"가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배워보고 싶은데, 여유가 생기면.."


시간은 부족하고, 돈이 없다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서,

늘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밀어냈다.




처음 마주한 물결



그러던 어느 날,

집 앞에 수영장이 생겼다.


엄마의 가게도 한산해져

시간이 넉넉했다.


늘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하던 엄마는

"요즘 일이 없으니 마음이 심란하다"며 또다시 주저했다.


"일단 시간이 생겼을 때 배워봐"

나는 등을 떠밀었고, 결국 등록까지 마쳤다.


그날 이후 엄마의 얼굴에 새로운 빛이 스며들었다.

배우는 게 그렇게 즐겁다고 했다.


곧 그만둘 줄 알았는데,

레일 끝까지 쉬지 않고 가는 걸 목표로 삼았고,

그리고 마침내 왕복까지 성공했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늘 부족하다고 여겼던 시간, 돈, 마음

그 문턱 너머에는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나중에'를 마주하며



그 모습을 보니
작년 이맘때 “10킬로 마라톤을 뛰고 싶다”라고

말한 내가 떠올랐다.


핑계를 대며 미루다 보니
여전히 3킬로도 채 뛰지 못했다.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해다며.

나 역시 온갖 '나중에'에 기대고 있었다.




나의 오늘을 시작하며



타인의 주저함은 선명한 파도처럼 보이면서,

나의 미룸은 안갯속 흐릿한 흔적 같다.


나도 이제 시작하려 한다.

내년 이맘때쯤엔 엄마처럼 말하기를

"정말 즐겁다"라고


언젠가 내 모습을 본 누군가도

자신의 '나중에'를 오늘로 불러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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