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
잊고 지내던 장면들이 불쑥 재생된다.
가사 한 줄
멜로디 한 구절에
같은 노래를 들었던 과거의 한 장면으로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울음을 삼키며 오르던 계단
신나서 폴짝 뛰어가던 골목길
외롭던 밤을 버티던 작은 방 한 칸
특별한 한 곡이 아니라
수많은 곡들에 수많은 내가 켜켜이 쌓여 있다.
비에 젖은 우산 아래
떠들썩한 대화가 뒤섞인 거리로
창밖 불빛이 스쳐가던 버스 안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어느 시절의 나를 짧지만 선명하게
다시 보는 일 같다.
때로는 피하고 싶던 장면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순간도
음악 한 곡으로 눈앞에서 상영된다.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면
그때의 마음을 똑같이 느끼기도 하고
이제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도 있다.
음악이 불러낸 과거도 그렇다.
나를 다시 울리기도, 웃게 하기도 하고
그전과는 다른 해석을 남기기도 한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나라는 영화의 필름을 되감아
다시 재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